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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 세계 경제 예측, 1강 2019 폭풍전야

셩잇님 2023. 5. 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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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2019 폭풍전야

주제 :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변화

 

[나래이션]

 아무도, 그 누구도, 이런 날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경제였습니다. 희망과 두려움이 새로운 불안을 만듭니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폴 크루그먼은 2008년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입니다. 책으로 이미 그를 만나본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의 기고*는 지금도 동료 경제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에게 팬데믹 이전과 이후 경제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 기고 = 신문·잡지 등에 싣기 위하여 원고를 써서 보내는 것. 또는, 그 원고.

 


 

 전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입니다. 뉴욕 시립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에 기고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의할 주제는 세계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이후,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코로나 발생 직전의 상황을 짚어봐야 합니다.

 

 2019년도에 세상은 어땠습니까? 그중 기억나는 경제 이슈가 있습니까?, 그중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이슈는 있나요?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어땠는지 살펴보고, 과거에서 현재까지 우리가 직면한 문제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4월 프랑스 파리 노르트담 대성당 화재, 5월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수상, 6월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남. 북. 미 정상 판문점 회동, 8월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등 여러 중요한 면들을 살펴보았을 때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진 세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세계화에 정점에 있었습니다. 말이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입니다. 한마디로 전 세계 생산량의 몇 퍼센트가 국경을 너머 거래되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먼저 강의의 도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국내 총생산에서 세계 수출 비중의 추정치가 나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수치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세계화는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40년 전, 국제 무역과 투자에 큰 물결이 있었습니다. 그 시대 진보된 기술이었던 진보 기술과 전기 덕분이었습니다. 그 후에 불황이 찾아왔습니다. 

 

 세계대전으로 인해 "20세기 자체가 끔찍했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때 우리는 지독한 민주주의 전쟁을 거쳤으며 전쟁으로 인한 혼란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는 세계 무역이 저점을 찍었다는 것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세계 경제가 복구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무역이 활성화된 것은 1980~85년 즈음 전에 없던 대규모 세계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전에도 이미 장거리 무역 같은 것들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농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나라까지 실어 나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80년대에는 세계 전반적으로 정말 새로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이 그 길을 주도했습니다. 상당한 양의 공산품 무역을 해냈습니다. 특히 교통과 통신 분야에 기술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 도상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들이 대량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들이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운송 컨테이너는 배에서 내려 바로 열차나 트럭에 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무역 활동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발전이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정말 빠른 성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경제 분야에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이 앞장섰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 극빈국*에서 지금은 선진국으로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그 많은 성공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듭니다. 방글라데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극빈국 = 몹시 가난한 나라.

 

 그러나 세계화는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일종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세계 생산량의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 무역이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는 2007년도입니다. 시기를 꼭 짚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있었으며 이미 세계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모든 것이 멈춰버렸습니다. 우리는 세계화의 한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 세계화만이 유일한 장애물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술에 대한 말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기술에 집착했습니다. 모두가 최신 기술은 무엇일지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화려하다고 해서 꼭 좋은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술이 사람들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는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즉 좋은 기술이란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판단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면 참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기술이 우리의 생각보다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도표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경제학자들만 좋아할 만한 경제 용어일 수 있습니다. '총 요소 생산성'입니다. 직접 생산요소 외 다른 요소의 투입량 대비 생산량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자본 요소를 제외한 근로자들의 생산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총 요소 생산성이란 기술이란 무엇인가? 가 아니라 기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척도인 셈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1940~60년도를 지나 70년대 초까지 총 요소 생산성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기술은 전 세계에 걸쳐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그 후에는 원인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경제 침체기가 왔습니다. 1970년대부터 기술의 발전이 저조했던 1990년도 초반까지 이어지다가 기술의 시대가 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환영했습니다.

 

 마침내 가정용 개인 컴퓨터가 제대로 된 가치를 나타냈고, 주목할만한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 경제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기술 발전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생산성이 침체하는 시기가 다시 왔기 때문입니다. 2007년은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해인 2008년에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으며, 그 해는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너도 나도 작지만 강력한 컴퓨터인 주머니에 하나씩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세상이 완전히 바뀔만한 화려하고 획기적인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해는 기술의 생산성이 그리 좋지 않았던 해였습니다. 왜 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 때의 우리는 아직 기술로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락은 자주 하면서도 실제 생산성을 관리하는 데에는 생각만큼 사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핵심은 보기에 얼마나 멋지고 세련되었냐가 기술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냐가 기술을 판단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화력 발전, 내연기관, 전기입니다. 정보 기술은 우리 생활에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까지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팬데믹 이전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장애물인 세 번째 장애물이 있습니다. 이 장애물은 이번 강의를 통해 이 문제를 여러 번 언급할 예정입니다. 이는 바로 '생산적인 일꾼이 부족하다' 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일꾼이 충분했습니다.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일하기 적합한 연령대 인구가 상당히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 붐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베이비 붐 세대입니다. 미국의 베이비 붐이 정점일 때 태어났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애 태어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노령화로 이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아래 도표는 핵심노동인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지 혹은 감소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도표입니다. 

 

 

 '핵심노동연령(=핵심생산인구)'라고 하면 25세에서 54세까지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높은 연령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일본은 엄밀히 말하면 이제는 인구 감소 국가가 되었습니다. 일본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노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점에 비해서 미국은 일본보다는 감소가 훨씬 덜합니다. 미국을 보면 노동 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지만, 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인구수가 정체된 것입니다. 인구 통계학적으로 보면 미국은 이제 20년 전 일본과 비슷한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인구 감소가 왜 문제일까요? 인구가 감소하면 환경을 덜 해칩니다. 이는 필요한 자원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노동인구가 증가하지 않고 계속 감소한다 하더라도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시장 경제입니다. 시장 경제에서는 민간 부분에서 충분한 수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사업을 시작해 새로운 제품 개발로 더 많은 수요가 생기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은 돈을 절약하고 싶어 하겠지만, 사실 그 돈을 쓰게 만들어야 고용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시장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투자를 끌어냈던 요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어야 하고, 또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우리는 자금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화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기술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예쁘고 좋아 보이니까 손에 든 스마트폰을 바꾸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바꾸는 것이 대규모 비즈니스 투자로 이어질만한 발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에게 근로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집도 더 지어야 하고, 사무실도 더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근로자가 줄어들면 집이나 사무실의 필요성이 적어지며 결국 투자 수요가 줄어듭니다.

 


 

 아래 이미지는 한국 핵심 인구 노동인구입니다.  

 

 한국은 한동안 꽤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금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과 같은 추세입니다. 어쩌면 일본보다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결국 투자 수요가 문제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투자 수요가 문제로 떠오른다는 것은 팬데믹 직전에도 경제가 엉망이었던 것이 아닌 것을 뜻합니다. 그 동안 경제적인 발전이 있긴 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빈곤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한 때는 성장의 원동력(세계화/기술/생산가능인구)이 일부 한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한계가 우리를 취약하게 만듭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는 말 그대로입니다.

 

 만약 새로운 투자에 대한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은 세상이 내 앞에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새로운 기술이 재미있고 매력적이더라도, 실제로는 생산성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중요한 투자도 끌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근로자들이 생겨나도 그들이 지낼 건물이나 집을 더 지을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수요뿐만 아니라, 금리도 낮아지는 세상이 됩니다. 심지어 상황이 좋을 때에도 말입니다. 그러니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저금리 시대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항상 좋기만 한 시대는 없습니다. 불경기는 언제든 돌아옵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방지턱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충격흡수장치 덕분에 방지턱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을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 국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불황에 대응하기를 기대합니다. 실제로 그러고 있습니다. 물론 중앙은행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적도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경제를 부양할 수 도 있고, 불황을 늦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금리를 인하한 상태했다면 더는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팬데믹 전부터 경제는 이미 경제는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방지턱에 부딪힐 것을 알았으며, 충격 흡수장치가 아주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위기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위기에 처하거나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전례 없는 재앙적 위기인 코로나19 시대의 경제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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