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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 - 누가 리더인가?, 6강 글로벌 리더의 자격

셩잇님 2023. 5.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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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리더의 도덕

주제 : 21세기 글로벌 리더십

 

 국제 리더십의 미래를 짚어보는 것으로 리더십의 대한 강의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국제 리더십이란 무엇이며, 21세기 국제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만 할까요? 하지만 또 다른 요소도 있습니다. 바로 국가가 수행하는 역할이라는 요소입니다. 1945년 이후로 국제 사회의 리더십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은 소위 '자유 세계 질서'라는 것을 확립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역사를 한 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20세기가 시작되던 1900년 경 전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되었지만, 세계를 이끄는 리더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17년에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1차 세계대전에 힘의 균형이 승전국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당시 윌슨은 국제 연맹의 설립을 통해 국제 정치의 본질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상원에서 국제 연맹 비준*을 거부했습니다. 미국이 국제 연명에 가입하지 못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되는 1930년대의 재앙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은 고립주의로 돌아섰고 무임 승차하는 작은 국가처럼 행동했습니다. 이렇게 행동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태도가 히틀러와 무솔린이 제국주의 일본에 다른 나라를 침략할 길을 열어준 셈이기 때문입니다.

* 비준 = 조약 체결의 권한을 가진 전권위원이 조약의 내용에 합의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서명한 조약을, 국가 원수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기본 명제 하나를 생각해 봅시다. 가장 큰 나라가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지 않으면 아무도 공공재를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로벌 공공재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는 이익이며 아무도 이에서 배제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공공재는 가장 큰 국가가 제공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라집니다. 따라서 국내 상황이던 국제 상황이던 공공재의 문제는 소위 무임승차 문제를 야기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짜인데 왜 돈을 내야 하나요?"라고 합니다.

 * 글로벌 공공재 : 전염병 퇴치, 환경오염, 난민 문제 등

 

 사실 미국은 1930년대에 무임 승차자처럼 행동했습니다. 사실 이때에 미국은 전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1차 세계대전에서 전황을 역전시킬 정도로 군사력도 강했습니다. 이에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은 1930년대 "미국이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라고 보았으며 1945년 이후에는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어서 단계적인 조처를 취했습니다. 

 

 예를 들어 1944년에 루스벨트는 브레턴우즈 회의를 열었습니다. 뉴 햄프셔에서  브레턴우즈 협정을 맺었는데, 이것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토대를 마련하는 협정이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단계였으며 두 번째 단계는 1945년에 국제연합을 창설한 것입니다. 그 후에도 여러 단계의 조처를 취했는데 이 중에서 지중해 동부 국가들을 돕기 위해 1947년 트루먼 독트린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지난 강의에 언급했듯이 유럽 국가의 경제 회복을 위해 '마셜 플랜'을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1950년에는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를 창설하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해에 한반도의 38선에서 북한군을 몰아내기 위해 국제 연합이 한국 전쟁에 개입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 기관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기관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앞에서 말했던 소위 '자유 국제 질서'가 확립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에 대통령이 된 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거부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이용한다는 뜻이며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돈을 낸다면 미국은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점은 거래적 리더의 아주 좁은 관점이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나라였습니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의 규모를 이용해 모든 국가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대신 공공재를 이용해 더 큰 몫을 챙기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래적 리더의 아주 좁은 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2016년 미국 대선은 미국의 외교 정책은 물론 국제 사회의 리더십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대선에서 외교 정책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트럼프가 "미국의 리더십은 실수였으며 미국이 더 큰 몫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미국 시민의 일반적인 관점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든은 대선 당시 국제 사회에서 특히 동맹국들과의 관계 및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바이든은 유럽에서 나토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미국과 일본 간의 안보 조약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국과의 협상 내용도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백신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 코백스에 40억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정부와는 전혀 다른 외교 정책이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인 1945년 이후의 미국 리더십과 비슷한 방식을 채택한 것입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동아시아의 미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외교 정책을 펼치느냐, 소극적으로 외교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이든은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2017년에 트럼프가 국가 안보 정책을 발표할 때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바이든도 어느 정도는 그 입장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과 미국과 러시아 간의 패권 경쟁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미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러시아와 중국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두 나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불편한 동맹 관계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미국의 같은 불만을 품고 있으며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두 나라의 차이점은 러시아가 지는 권력이라면 중국은 뜨는 권력이라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지는 권력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는 권력이 뜨는 권력이 더 위험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의 기원을 봅시다. 1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4개의 제국(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러시아, 오스만)을 몰락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유럽 열강 중에서 전쟁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갈등을 일으킨 것은 바로 지는 권력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잃을 것이 별로 없다."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질서를 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뜨는 권력이고 얻을 것이 많은 국가이며 러시아는 지는 권력이니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지는 권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러시아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남성의 평균 사망 연령 또한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수출품목을 보면 2/3가 원유와 천연가스입니다. 러시아는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현대적인 정보 기반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경제 개혁 노력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신흥 재벌 세력에 저항에 가로막혔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존재를 부각하고 러시아가 강대국 대접을 받도록 만들기 위해 푸틴이 실행한 전략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하고 사이버 해킹을 통해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습니다. 푸틴이 패권 전략을 위해 구사한 전략들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었습니다.

 


 

 중국은 분명히 뜨는 권력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약 13~4조에 달러에 달합니다. 또한 세계 최대의 무역국으로 100여 개가 넘는 나라와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최근에 자주 인용되는 역사적 은유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냉전시대에 들어섰다.라는 은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1945년도 이후에 벌어졌던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행위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940년대 상황을 돌아보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는 경제적인 관계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무려 5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와 사람들 사이의 접촉면에서만 봐도 당시 소련과 미국에는 접촉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는 30만 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이 있고 수백만 명이 넘는 중국인, 미국인 관광객들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냉전이라는 개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과 독자적 경제 노선인(=디커플링(decoupling))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커다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생태 상호 의존'이라는 새로운 의존 관계도 생겼습니다. 생태 상호 의존이란 생태 문제는 국가를 넘어서서 전 세계에 효과를 미치며 한 국가의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가 그렇습니다. 기후 변화가 한 나라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에는 국가의 안보 문제가 결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바람에 중국 농촌이 심각한 가뭄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에 닥친 커다란 재난입니다. 북극의 빙하와 남극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플로리다가 물에 잠기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미국은 과거 소련과는 달리 다른 관계를 맺어야 했습니다.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냉전 시대에는 간단했습니다. 단순히 "러시아는 악당이다. 소련은 악당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며, 미국은 러시아와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았고 그저 견제만 하면 됐습니다.

 


 

 이렇게 21세기 국제 사회는 아주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미국은 전통적인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며 동맹국을 보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도 협력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새로 발생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야 하며,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하고 그 둘을 결합한 스마트 파워를 사용해야 합니다. 21세기에 성공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파워를 사용해야 하며 스마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가 결합한 것이며 그 두 가지 파워를 적절히 결합하여 사용해야 전통적인 지정학적 경쟁과 새로운 상호 협력 관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야 말로 변하는 21세기 국제 사회에서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의 리더십에 얘기할 수 있어서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이번 강연에서 한 이야기들이 한국의 미래와 다가오는 대선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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