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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 - 누가 리더인가?, 5강 리더의 도덕

셩잇님 2023. 5. 1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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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 리더의 도덕

주제 : 소프트 파워와 도덕적 가치

 

 오늘 강의에서는 미국 외교 정책의 소프트 파워와 도덕적 가치, 그리고 그것이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최근 미국의 두 대통령이 아주 대조적인 성향을 지녔으니 때문입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이든은 미국 동맹국들의 역할과 국제기구의 역할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조 바이든은 동맹국과 국제기구를 트럼프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은 취임하고 처음 한 일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 기후 협약의 재 가입이었습니다. 또한 트럼프가 탈퇴한 세계보건기구에도 재 가입했습니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 도덕적 가치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외교 정책에서 도덕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는 도덕적 가치가 국가의 소프트 파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전 강의에서 얘기했듯이 소프트 파워란 강압이나 보상이 아닌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소프트 파워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소프트 파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외교 정책이란 '개인적인 관계와 다르고 전적으로 국익과 하드 파워에 달렸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국내에서의 스마트 파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혼합한 것입니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나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 두 가지 파워를 모두 사용해야 하지만, 둘 중 소프트 파워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회의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국내에서야 그렇지만, 국제 정치에서는 소프트 파워에 크게 의존할 수 없으며 하드 파워를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의 추구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국익이라는 케이크를 이익으로 굽는다면 정치가들은 약간의 도덕성을 그 위에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케이크를 예쁘게 만들려고 장식하기 위한 데코레이션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식은 케이크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는 잘못된 사고입니다.

 

 이익과 가치를 별개로 보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틀린 생각입니다. 가치 역시 일종의 이익입니다. 가치는 우리가 어떠한 사람인지 말해줍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우리 편인지 말해주므로, 가치 역시 우리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국익을 수호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리 흥미로운 질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대통령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으며 국익을 맡길 적임자를 뽑는 행위는 국민의 의무입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가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것도 당연한 것이며, 프랑스의 대통령 마크롱이 프랑스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프랑스 우선주의를 외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익을 수호하겠다 말하는 말의 여부가 아닌 이토록 중요한 국익을 대통령이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도덕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국의 역사에서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사례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해리 트루먼은 유럽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의 국내 경제가 파탄이 났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을 것을 우려한 트루먼은 국무부 장관인 '조지 마셜'의 이름을 딴 마셜 플랜*을 세워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경제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 총생산의 2%를 유럽에 원조하는 것이 바로 마셜 플랜이었습니다.

 * 마셜 플랜 : 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16개국에 행한 130억 달러 규모의 원조 계획

 

 이는 1차 세계대전 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입니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돈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느라 바빴습니다. 2차 세계대전 끝난 이후 트루먼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압박하지 않았으며, 유럽이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빚 독촉을 하는 대신, 더 많은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공산주의자들의 서유럽 장악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유럽의 이익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익을 수호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익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입니다. 트루먼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익을 폭넓고 광범위하게 규정했습니다. 저는 이 점이야말로 외교 정책에서 소프트 파워와 도덕적 가치를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국익을 '좁게' 규정하고 외교를 일종의 '거래'로 생각했습니다. '상대가 내게 어떻게 했는가? 이 거래에서 나는 얼마를 얻을 수 있는가? 상대는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트럼프가 생각하는 국익이었습니다. 반면 바이든은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하게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바이든은 국익을 좀 더 폭넓게 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럼프보다는 해리 트루먼과 비슷합니다.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과 백신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바이든은 세계보건기구에 국제백신협력 프로그램인 코백스를 통해 5억 회분의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많은 백신들을 기부하기로 결정했을까요? 미국인 2/3 정도가 백신 접종을 마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바이든은 백신을 해외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4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건강입니다. 전 세계에 더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을 해야 바이러스에 걸리는 사람이 줄어들고 바이러스가 변이되어 다시 유행하더라도 미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 것은 미국의 건강을 생각한 이기적인 목적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가치입니다. 국익을 폭넓게 규정한 셈입니다. 미국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을 돕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입니다.

 세 번째는 소프트 파워입니다. 팔로워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도덕적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소프트 파워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지정학적인 이익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쟁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중국은 지리적인 특성을 이용해 백신 외교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은 그 뒤를 따라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이 중국을 훨씬 앞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덕과 도덕주의는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도덕주의는 실상은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훌륭한 말과 행동을 하는 척입니다. 예를 들어 조지 W.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공보 비서관인 애리 플라이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선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 민주주의를 구축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선한 의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무리 의도가 선했다하더라도, 재대로 된 방법을 쓰지 못하고 재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못한다면 이는 선의로 닦은 지옥으로 가는 길인 함정에 빠진 셈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종종 이런 예를 들곤 합니다. 당신 딸이 내일 시험을 보는데 학교 댄스 파티에 참석을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당신 친구가 당신 딸을 파티장에서 태워 집에 일찍 데려다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집에서 푹 쉬어야만 내일 시험을 잘 볼수 있기 떄문입니다. 그리고 친구는 당신 딸을 댄스 파티장에서 태워 당신 집으로 차를 몹니다. 그런데 비가 와서 도로가 아주 미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당신 딸을 빨리 집에 데려다 줄 생각에 과속을 했고, 결국 차가 미끄러지면서 나무를 들이박아 당신 딸은 사망하고 맙니다. 아무리 친구의 의도가 선하다는 하지만 우리는 결코 친구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국제 정치에서 도덕적 가치를 판단할 때에는 도덕성의 3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합니다. 의도도 살펴하며, 방법도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결과도 살펴봐야 합니다.

 


 

 이제 외교 정책에서 인권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시다. 미국은 인권을 옹호하려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이고 미국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권 정책만 있고, 다른 정책이 전무하다면 이는 제대로 된 외교 정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의 반 정부 언론인으로 2018년에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되었으며 시신은 토막이 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듣고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험하군. 우리는 사우디와 사업을 해야 해. 사우디에 우리 무기를 팔아야하고 우린 사우디의 석유를 사야 해. 사우디가 안정적인 세력으로 남아야 해. 나는 여기에 관해 불평하지 않겠어. 괜히 법석떨지마."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월스트리트 저널도 사설에서 "미국의 가치를 확고히 주장하지 않은 것은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은 해당 문제를 가지고 트럼프를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후 어떤 행동을 할 지 아주 주의깊게 지켜보았습니다. 바이든은 미국의 가치를 확고히 주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며, 또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안보적인 문제와 경제 문제도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은 정보 기관을 통해 이 사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우디의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살만이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에 있다고 지목한 다음, 이 암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인사 7~80명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너무 약한 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살만을 앞으로 어떠한 식으로든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는 미국의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따라서 좋은 외교 정책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가지고 인권과 다른 영역의 외교 정책가치들을 어떻게 절충할 수 있는지 토론해 볼 수 있습니다. 

 

 외교 정책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만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트럼프처럼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태도는 곤란합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할때에도 이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중국의 인권 가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국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 족을 탄압하고 홍콩 시민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습니다. 푸틴이 정적들을 암살하거나 감금할 때 러시아를 상대로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칠 지 고민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교 정책을 세울 때에는 도덕적 가치와 인권 문제를 결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부정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러한 사실들을 이야기하고 상호 절충이 필요하다는 것도 털어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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