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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르두 - 공포의 뇌과학, 5강 감정의 진화론

셩잇님 2023. 7. 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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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 감정의 진화론

 

 마지막 강의에서는 행동적, 생리적 반응들과 이 반응들이 진화의 역사에서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얘기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작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삶이 생기자마자 그곳에 위험이 있었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위험을 마주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조금 다르게 해석합니다. 위험의 역사는 40억 년 전 생명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생명이 있기 전에 빅뱅이 있었습니다. 태양계는 약 46억 년에 형성됐고, 지구는 약 45억 년 전, 녹아내린 뜨거운 구체 덩어리로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42억 년쯤 지구가 식어서 조금 더 온화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37억 년 전 생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생명이 무엇일까요? 생명은 그냥 화학반응, 또는 화학반응의 집합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어떻게 일어났느냐? 하는 것입니다. 생명을 이루는 모든 화학물질은 빅뱅 때 생긴 우주먼지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물질은 빅뱅 때 생겼고, 또 어떤 것은 빅뱅 당시 만들어져서 지금도 우주 먼지를 방출하는 혜성으로부터 생겼습니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새로운 물질을 가져온 경우도 있습니다.

 

 원소 주기율표의 물질들은 빅뱅 때문에 어쩌다가 지구에 떨어지게 된 것들입니다. 그저 우주 먼지일 뿐입니다. 지구가 시작할 땐 단순한 물리적, 화학적 반응들만 존재했습니다. 알다시피 이런 화학물질은 결합할 수 있습니다. 수소와 산소가 합쳐져서 물이 된 것처럼요. 하지만 이는 생명이 아닙니다. 그저 물일 뿐입니다. 그럼 생명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생화학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생화학은 RNA와 DNA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화학반응이라는 물리적 과정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 결국 RNA와 DNA를 만드는 일종의 복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처음 생명 시작될 때 RNA와 DNA는 바닷속에만 있었습니다. 그중 일부가 암반의 구멍 안에 끼게 됩니다. 암반 구멍에서 RNA와 DNA가 황화수소 가스 안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RNA와 DNA가 복제를 시작했고, 암반 구멍 밑에서 나오는 황화수소 가스 기포 속에서 일종의 막을 형성하면서 바닷속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 가설에 따르면 그때 첫 번째 세포가 탄생합니다. 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RNA와 DNA를 가져서 복제할 수 있는 이 첫 번째 원시 세포는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라는 이름인 루카(LUCA)라고 불립니다. 그 이후 존재해 온 모든 세포는 최초의 세포 루카의 후손들입니다. 

 

 제가 왜 생명의 역사에 대한 책을 썼을까요? 전 세포 생물학자가 아닙니다. 진화생물학자도 아닙니다. 전 제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썼습니다. 진화의 역사에서 위험과 위협이 대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강의에서 전 무척추동물 연구가 포유류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힌트를 주었다고 얘기했습니다.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분자 메커니즘 측면에서요. 그땐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달팽이나 파리, 그리고 다른 무척추동물과 포유류의 기억을 만드는 분자가 똑같다는 사실에 그 분자를 공통 조상으로 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 세포를 만드는 유전자를 후손들에게 물려준 공통 조상이요.

 


 

 여기 약 6억 3천만 년 전 존재했다고 알려진 조상이 있습니다. 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진 한 갈래가 편충 같은 편형동물이 되었습니다. 편형동물을 만든 이 공통 조상으로 부터 나온 또 다른 갈래가 우리가 계속 이야기해 왔던 무척추동물 파리나 벌레, 달팽이 같은 동물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갈래는 척추동물이 되었습니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입니다. 약 6억 3천만 년 전 편형동물 비슷한 벌레 같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기억을 만드는 기본적 설계가 생겼고, 그런 분자들이 전해 내려 왔습니다. 

 

 벌레 비슷한 공통 조상은 그 분자를 어디서 물려받았을까요? 해파리처럼 생긴 유기체한테서 물려받았습니다. 이 유기체는 해면동물로 부터, 해면동물은 단세포 원생동물에게 얻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동물의 조상은 군락을 이루며 살았던 단세포 원생동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유기체들은 기억을 만드는 분자로 무엇을 했을까요?

 

 원생동물은 신경체계가 없을뿐더러, 세포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세포인 셈입니다. 그런데 원생동물은 학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고, 영양소에 접근하고, 해로운 것을 피했습니다. 그러니까 위험은 포유류에서 출발해 파충류, 어류 같은 조상을 거쳐서 6억 3천만 년 전 공통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것이 해파리, 해면동물의 조상을 거쳐 원생동물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원생동물은 신경체계가 없지만 학습하고,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며 행동합니다.

 


 

 우리는 심리가 행동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있어서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공포나 배고픔 같은 감정 때문에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왜 먹을까요? 배가 고프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12시쯤 먹을까요? 늘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습관인 것입니다. 요점은 우리가 종종 심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정신적이라고 믿는 행동들은 실제로 정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유기체가 가진 생존 도구의 일부일 뿐입니다. 유기체란 살아 있는 물체입니다. 모든 세포는 유기체입니다. 어떤 세포는 독립적이고, 다른 세포는 식물이나 동물처럼 다세포 유기체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포를 가지고 있고, 모든 세포는 심리와 무관한 행동을 합니다. 그렇다면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자 약 37억 년 전 살았던 박테리아 세포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테리아는 최초의 원시세포 루카의 첫 번째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약 36억 년 전 살았던 박테리아 세포들은 5가지의 일을 해야 했습니다. 위험 감지, 영양 섭취, 체액과 전해질 균형 맞추기, 적당한 염분과 수분이 없으면 세포가 터지거나 쪼그라들기 때문입니다. 또 체온 조절입니다. 세포 안에 모든 화학반응이 온도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종의 생존을 위한 번식을 해야 했습니다.

 

 인간은 하루를 살기 위해 무엇을 할까요? 살면서 닥치는 많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살기 위해 영양소도 섭취해야 합니다. 체액과 이온의 균형도 맞추어야 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면 이온 음료를 마셔서 균형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또 체온을 조절해서 세포가 신진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종이 살아남기 위해 일부는 번식을 해야 합니다. 즉 세포 1개나 인간 같은 복잡한 유기체나 요구조건은 비슷합니다. 생존을 위한 요구조건이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박테리아 세포와 인간은 이런 요구를 아주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진화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각각의 종의 유용한 방식으로 어떻게 각기 다른 신체가 진화했는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종이란 무엇일까요? 환경이 변했는데 기존의 종이 가진 특징이 새로운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경우 더 적합한 특질을 가진 무리가 기존의 종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기도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새로운 신체와 대처방식을 가진 종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몇몇 개체가 집단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이주하거나, 기후가 변하면 때론 이렇게 신종이 생깁니다. 신총을 생길 때 새로운 신체가 나타납니다. 유기체가 위험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어떤 신체를 가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포유류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포유류는 위험이 닥치면 네 발로 달아나고, 어떤 종은 박쥐처럼 날기도 합니다. 또 어떤 종은 바다코끼리처럼 헤엄을 치기도 합니다. 어떤 종은 고양이처럼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각각의 종은 다른 몸을 가지고 위험에 대처하는 다른 생존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위험 대처 방식은 다릅니다. 음식과 수분, 체온을 조절하는 방식, 번식하는 방식은 종마다 다 다릅니다. 하지만 위험을 감지하고, 영양분을 섭취하며 체액과 이온을 균형을 맞추고, 체온 조절을 하며 번식을 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모든 유기체가 이러한 일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할 때 우리가 다른 유기체에게 감정을 투영한다는 것입니다. 위험을 감지할 때 우리는 공포를 느낍니다. 에너지의 불균형이 있을 때 우린 배고픔을 느낍니다. 우리 체액의 균형이 깨질 때 우리는 목마름을 느낍니다. 우리가 너무 덥거나 추울 때 우리는 따듯하게 몸을 데우거나, 열을 내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번식을 할 때 성적 쾌감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정서입니다. 정서는 살아가면서 우리가 만드는 상태,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우리의 상태입니다. 다른 동물도 이런 상태를 가지는지는 우리는 모릅니다. 행동을 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의 아버지 '니콜라스 틴베르헌'은 "다른 종의 심적 상태나 주관적 경험에 대한 추측은 단지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적 상태에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성찰밖에는 없습니다. 쥐의 심적 상태는 쥐만이 알고, 인간의 심적 상태는 인간만이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을 다른 동물에게 투영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심적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서 동물에 행동의 근거에 약을 개발하는 것은 행동과 심적 상태를 동일시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렸듯이 우리의 심리와 행동은 별도로 통제됩니다. 동물에게 일어나는 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행동적, 생리적 반응뿐입니다.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그 동물의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 심리를 통해 동물의 행동을 설명할 때 과학적으로 더 신중해야 합니다. 동물들에게 심리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이 위험에 빠졌을 때 위험에 처한 인간과 비슷한 경험을 할 거라고 해석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틀림없이 일종의 공포를 경험할 것입니다. 하지만 '물론 동물도 공포를 느끼지! 별다른 것이 있겠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입니다. 종종 이런 논쟁이 발생합니다. 물론 동물도 공포를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전 데이터로 검증할 수 없는 진술을 하지 않는 과학적 엄밀성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때는 집에서 반려동물을 대할 때와 달라야 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감정은 우리의 의식적 경험 중 가장 중요하지만, 밝혀진 것도 적고, 연구도 덜 된 주제입니다. 의식의 흥미가 있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의식적 감정을 연구하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의식적 감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감정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문학, 예술, 의학, 음악의 근원이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리고 즐기는 모든 것이 우리의 의식적 감정 덕분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적 감정은 하나의 종으로써 우리의 가장 끔찍하고 비열한 특성도 만듭니다. 탐욕, 질투, 우월주의와 지나친 자기애 이 모든 끔찍한 것들 말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위기에 빠진 기후가 오는 데에 살아갑니다. 

 

 기후 변화로 공룡이 멸종했을 때 작은 포유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공룡의 에너지 요구량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입니다. 공룡은 거대하고, 에너지를 폭식하는 유기체였습니다. 지금 지구에서 에너지를 폭식하는 거대하는 유기체가 무엇일까요? 우리입니다. 기후가 변하기 시작할 때 어떤 유기체가 가장 살아남기 어려울까요? 예전 기후가 만든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유기체일 것입니다. 새로운 기후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생활을 유지시켜주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같은 생활을 유지시켜주지 못합니다. 그럴 수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박테리아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또 누가 살아남느냐는 오늘날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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