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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르두 - 공포의 뇌과학, 2강 공포로 가는 길

셩잇님 2023. 7. 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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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공포로 가는 길

 

 저는 뉴욕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이며, 기억에서의 감정, 특히 공포와 불안에 관한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과학의 관심이 없었던 제 어린 시절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과학자가 되는 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에서 공부가 끝나갈 때쯤, 그리고 대학원에서 저를 신경과학자의 길로 이끈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코넬 의과대학 '도널드 리스' 교수님이 이끌던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교수님은 고혈압과 긴장이 뇌에 의해 조절될지도 모른다는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신경학자였습니다. 그래서 뇌가 혈압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시던 중이었는데 교수님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연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쥐의 혈압을 측정해서 기록해 줘." 저는 "그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쥐의 정서적 행동을 연구하고 혈압을 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으며 공포 조건형성 실험*을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쥐에게 특정 소리를 들려주고, 바로 약한 전기 충격을 줍니다. 소리는 조건 자극이고, 전기는 무조건 자극인데, 이 둘이 같이 나타난다는 조건을 형성을 하는 것입니다. 소리는 약한 자극, 전기 충격은 강한 자극이라고 합니다.

 

 

 두 자극을 같이 주면 뇌에서 약한 자극이 더 효과적으로 변합니다. 행동을 조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소리만으로 동작을 멈추는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혈압을 재 본 결과 이것이 혈압과 심장박동을 조절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멈추는 행동, 그리고 혈압과 심장박동수도 확인했습니다. 이제 뇌로 갈 차례였습니다.

 * 공포 조건형성 실험 = 쥐가 중성적 자극인 소리를 전기 쇼크처럼 무서운 자극과 연결 짓도록 학습시킨 뒤 나중에는 소리만 들어도 무서워서 얼어붙는 반응이 유발되게 하는 실험

 


 

Q. 이럴 땐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전에 했던 분리 뇌 연구 영향을 받았습니다. 분리 뇌 환자들을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은 뇌가 일종의 정보흐름체계라는 것입니다. 정보가 뇌 한쪽면으로 들어오면 보통 반대쪽 뇌로도 넘어갑니다. 넘어가서 반응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양쪽 뇌가 연결되어 있지 않을 때 이 흐름은 끊어집니다. 저는 뇌가 눈과 귀 같은 감각으로부터 정보를 이동시켜 행동을 조절한다고 생각합니다.* '뇌에서 감각 정보가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해 보자!' 생각했습니다.

 * 르두의 가설 = 뇌는 감각 기관에서 얻은 정보를 전달해 행동을 통제한다.

 

 이건 무척추동물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던 '에릭 캔들'이 이미 실험했던 방식입니다. 캔들은 달팽이 같은 원시적인 동물로 이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동물은 신경 체계가 아주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뇌 안의 정보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제가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땐 그전보다 훨씬 정교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신경과학 신기술들이 생겼습니다. 전 이런 신기술로 쥐 같은 포유류의 뇌 속 정보흐름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뇌의 부분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보기 위해 해부학적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경로 추적*이라는 방법입니다. 뇌의 이쪽 부분에서 저쪽 부분으로 가는 연결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뇌 손상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뇌 속 어떤 부위가 당신이 연구하는 특정 행동을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면 그 부분에 전극을 꽂아서 약간의 전류를 흘립니다. 그럼 전류가 그 부분을 태워서 자극 구멍을 만듭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전류는 특정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일부분을 망가트립니다. 만약 어떤 동물이 이런 뇌손상으로 전에 하던 행동을 이전만큼 못하게 되면 손상 부위가 그 행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 경로 추적 = 뇌 속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를 추적하는 실험

 * 뇌 손상 실험 = 뇌의 특정 부분에 손상을 입혀서 특정 행동과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실험

 

 그리고 뇌의 구조와 연결을 보는 경로 추적 실험도 했습니다. 뇌 손상 실험과 신경 생리학 실험*을 병행했습니다. 신경 세포의 활동을 기록하는 행위입니다. 특정 뇌 부위를 손상시키면 무슨 행동이 사라지고 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특정 뇌 영역에 전극을 넣으면 손상으로 사라진 그 행동을 할 때 신경 세포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뇌 한쪽 부분의 활동이 전기 충격과 함께 가해진 소리와 관련이 있다면 소리가 들릴 때 그 부분의 신경 세포 활동이 평소보다 활발해집니다. 이 부분에 전극을 넣으면 이런 활동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 신경 생리학 실험 = 특정 뇌 영역의 신경세포 활동을 측정하면서 그 부분이 어떻게 행동에 관여하는지 알아보는 실험

 

 저희도 그렇게 했습니다. 연결성을 추적했습니다. 뇌 손상으로 정보 처리를 방해한 뒤 신경 생리학을 사용해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려내려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의 기본 개념은 소리와 전기 충격이 연관되면 소리가 전기 충격의 특성을 일부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소리와 전기 충격에 대한 정보가 뇌 속에서 어떻게든 연결되어야 합니다.

 


 

Q. 뇌에서 두 자극을 연결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1분 전으로 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뇌 속에서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어서 전기 충격과 연관된 소리만 듣고도 행동을 멈추고 혈압이나 심장박동이 높아지는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소리 정보가 귀에서부터 행동을 제어하는 근육, 혈압을 제어하는 혈관, 그리고 심장 박동을 제어하는 심장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까요. 측두엽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쪽 깊은 곳에 편도체*라는 것이 숨어 있습니다.

 

 

 편도체는 제가 수년 째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연구와 몰두하게 된 분야입니다. 이 편도체가 뇌에서 충격과 소리를 합쳐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부분인 걸로 밝혀졌습니다. 소리가 반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할 수 있습니다.

 * 편도체 = 환경에 맞게 적절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부위, 뇌의 측두엽에 위치함. 전기 충격과 소리를 연관 짓는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

 


 

Q. 소리와 전기 충격이 합쳐질 때 편도체에서 학습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여기서 다시 캔들의 무척추동물 연구로 돌아가봅시다. 이 경우 기초적 단계에서의 유전자나 분자를 연구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포유류 같은 복잡한 동물을 연구할 때는 완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캔들이 중요한 유전자와 분자를 찾아냈고, 저희는 쥐한테 같은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쥐한테도 똑같은 분자가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학습이 일어나는지 이해했습니다.

 


 

Q. 그렇다면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소리와 전기 충격이 합쳐지고 그렇게 생긴 정보가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고전적 견해에 따르면 소리는 귀로 들어와서 뇌의 감각회로로 전해집니다. 소리는 귀로 들어오면 청각시스템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청각 경로의 여러 부위를 거쳐서 시상이라는 부위에 도달합니다. 시상은 청각 기질로 가기 전의 중간 정거장으로 불립니다. 청각 시상이 청각 피질로 가는 중간입니다. 귀로 들어온 정보는 시상에 도달한 뒤 청각 피질로 전해집니다. 이는 행동 조절에 관여하는 청각정보에 주요 출구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행동, 혈압, 심장박동 같은 공포 조건반응을 조절하려면 정보가 꼭 청각 피질을 거쳐 편도체로 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경로 추적 실험으로 그 자극이 꼭 청각 피질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상과 편도체는 직접 연결이 되어 있어서 자극 정보가 더 빨리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청각 피질로 가기도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96년에 출간한 저의 책 ≪느끼는 뇌≫ 에서 이 두 경로를 빠른 경로와 느린 경로로 불렀습니다. 빠른 경로는 빠른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시상에서 편도체로 직접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저는 이것이 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저는 분리 뇌 환자를 연구할 때 환자가 하는 정서적 행동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했습니다. 편도체로 이어지는 빠른 경로와 신체 반응을 유발하는 편도체가 무의식적인 처리를 담당하는 경로라고 보았습니다. 피질로 들어가는 정보가 의식적인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것과 반대로 생각한 것입니다.

 


 

 Q. 그렇게 생각한 증거는?

 증거가 있기는 할까요? 과연 인간이 빠른 경로를 통해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한 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을 까요?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뇌의 활동을 촬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FMRI 기법*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로 사람이 자극을 느끼고 반응할 때 뇌 속 신경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뱀을 예로 들겠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위험 자극인 뱀 사진을 보여주면 뱀에 대한 정보가 눈으로부터 뇌로, 그리고 시각 시상으로 그리고 편도체로 마지막으로 몸으로 전달됩니다. 이것이 빠른 경로입니다. 

 * FMRI 기법 = 혈류의 변화를 감지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촬영 기법

 

 


 

 Q. 이때 편도체의 신경 활동 관찰하려면?

 연구자들은 뱀의 반응하는 사람의 편도체 신경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거기서 정보가 시각 피질을 거치지 않고 편도체로 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빠른 경로가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무의식적일까요? 잠재의식 자극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빠른 경로가 무의식적인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 잠재의식 자극 실험 = 시각 정보가 시각 회로를 모두 통과하지 못하도록 자극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제시

 

 잠재의식 자극은 자극을 아주 짧게 보여주어서 정보가 모든 시각 체계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정보가 눈을 통해 시각 시상, 시각 피질을 지나지만 미처 대뇌 피질(편도체)까지는 닿지 못합니다. 여기 이 초록 피질이 시각 피질입니다. 도착한 정보를 의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각 피질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자극이 너무 짧게 가해지면 시각 피질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각 시상을 통해 편도체로 바로 갈 순 있습니다. 이는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비록 사람이 자극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엇을 봤는지 말하지 못하더라도 빠른 경로를 통해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손바닥에서 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위협에 대한 행동적, 그리고 생리적 반응들은 피질을 거치지 않고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상과 편도체만 거쳐서 말입니다. 이건 앞서서 저희가 분리 뇌의 연구에서 무의식적 반응이 일어난다고 하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 모든 것을 분리 뇌의 연구에서 영감 받았습니다. 전 분리 뇌 연구에서 이 모든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실제로 뇌에 적용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뇌의 적용했는데 운이 좋게도 가설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따라 노력할 결과였습니다. 이 결론으로부터 암묵적 공포와 외현적 공포를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암묵적 공포는 자극이 시상에서 편도체로 바로 갈 때 생기는 것입니다. 자극이 편도체까지 무의식적으로 정해져서 반응을 일으키게 합니다. 외현적 공포는 피질에 더 많이 의존합니다. 자극이 시각 시상에서 시각 피질로, 거기서 또 다른 피질 영역인 편도체로 전달되어서 더 의식적인 공포와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빠른 경로는 시각 시상에서 편도체로 연결되어 행동적, 생리학적 반응을 만듭니다. 피질을 통하는 느린 경로는 느리지만 더 많은 정보처리가 가능합니다. 복잡한 정보처리도 반응합니다. 당신이 자극을 의식하게 합니다. 빠른 경로는 단순히 반응하기만 합니다.

 


 

 이번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요약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신경과학 초기 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분리 뇌 환자를 연구하며 뇌 속 정보 흐름을 연구했습니다. 거기서 감정 경보를 추진하는 가설을 얻었지만, 기술 제한 때문에 사람이 아닌 쥐로 실험해 보았습니다. 쥐 실험을 통해 저는 자극이 감각시스템에서 운동 시스템으로 가는 경로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자극은 이런 경로들을 거쳐 공포 상황에서 행동적, 생리적 반응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정보와 함께 빠른 경로와 느린 경로의 차이점도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강의에서는 암묵적 공포와 외현적 공포의 자세한 이론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것이 왜 감정에 대한 모든 과정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다시 이름 짓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겠습니다. 과학에서는 이름을 잘못 지으면 연구가 잘못되거나 막다른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름을 적절하게 짓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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