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공포와 불안
이번 강의에서는 공포와 불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과학에서 언어를 서투르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말썽을 일으켰는지 얘기해보려 합니다. 2015년 저는 ≪불안≫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공포와 불안이 무엇인지, 이 둘의 유사점과 차이점,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더 나은 치료법을 만드는 방법도 설명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둘을 구분했습니다. 프로이트는 공포를 말할 때 "Furcht"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이는 현재 위험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Angst"(불안)은 특정한 실체나 현재 존재하는 특별한 상황이 없이도 느껴지는 걱정, 두려움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공포와 불안에 대한 평범한 해석입니다. 공포가 여러분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특정한 실체가 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인 반면,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걱정이나 우려에 가깝습니다. 이는 실제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뱀을 무서워하는 것은 공포이며, 외계인의 납치를 두려워하는 것은 불안입니다.
덴마크 철학자이자 신학가인 '쇠렌 키르케고르'는 "불안이 성공한 삶의 필수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 없인 삶의 발전도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불안이 선택의 자유에 대한 대가라고 했습니다. 아담과 이브, 에덴동산에 비유하면서 말입니다.
실제 삶에서 불안은 우리가 무언가 선택하고 고도의 인지적 사고를 할 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불안함이 우리가 전전두엽 피질을 가지는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뇌에서 정보가 모이고, 결정을 내리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공포와 불안이 다르다는 개념은 많은 문학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는 동안, 그것이 다가왔다. 그러나 두려움은 줄었다. 그것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곧 닥쳐올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더 괴롭다." 디킨슨은 실제 공포 상황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악은 공포를 기다릴 때 곧 일어날 일에 대한 전전두엽의 예상, 무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그것이 디킨슨을 괴롭혔습니다. 공포와 불안의 비슷한 점은 둘 다 신체적, 심리적 안정에 일종의 위협을 가한다는 것입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아까 말했듯이 위협이 현재 존재하는가? 예측되는가? 또 그 위협이 일시적인 것인가?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 자극에 대한 감정은 공포이고, 만약 특정한 자극의 의존하지 않고 오래가는 감정이면 불안이라는 것입니다.
공포를 느낄 때엔 위험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위험이 없어지면 공포도 사라집니다. 반면 불안은 위험이 물리적이라기보다는 개념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숲 속을 걷고 있다가 발 근처에서 뱀을 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뱀이 무섭겠죠? 이럴 때엔 즉각적으로 공포가 불안으로 바뀝니다. 이런 걱정이 듭니다. '이것이 날 물면 어쩌지?, 뱀이 물면 의사한테 갈 수 있을까?, 해독제는 있을까?, 내가 죽으면 가족은 어쩌지?' 공포는 자극의 대한 반응으로 시작하지만 곧 정신적으로 변합니다. 결과에 대한 걱정으로 변합니다. 불안도 공포로 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자주 불안한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당신에게 위험이 되는 특정한 자극을 찾아내서 그것을 볼 때마다 공포를 느낍니다. 하지만 불안을 덜 느끼는 사람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을 보는 경우에는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공포와 불안 어쩌면 모든 감정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이 사람마다 다른 설정값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불안의 경우 여러분이 뭔가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들 있을 것입니다. 저도 걱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 강의와 이 강의를 준비하는 것에 많이 걱정했습니다. 전 결심했습니다. '좋아 난 준비됐어. 강의는 훌륭할 거야!' 이러고 나면 또 다른 불안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거기에 다른 불안이 들어옵니다. 마치 각자 불안을 가지는 정도가 있어서 하나를 없애면 다음 불안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처럼요. 어떤 사람의 불안 정도는 아주 낮은데 어떤 사람들은 높습니다. 높은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불안이 드나들고, 또 어떤 불안은 떠나지 않고 머무릅니다. 각자의 특별한 설정 값 때문에 어떠한 사람의 불안 정도는 아주 높을 수 있습니다. 반면 낮은 설정 값을 가지는 사람은 불안을 느끼는 빈도가 낮고, 한 가지 불안이 없어진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불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공포와 불안을 구분하는 것은 살면서도 유용하지만 과학적으로 아주 유용합니다. 공포와 불안은 아주 비슷해서 둘 사이의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가 태어난 1949년 시인 '위스턴 휴 오든'은 ≪불안의 시대≫를 발표했습니다. 이 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인용되고, 회자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면서 가장 적게 읽힌 시로도 유명합니다.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40~50년대 사람들은 이 시의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를 불안의 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사람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핵폭탄이나 방사능의 대해 걱정했던 사람들보다 더 불안을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자기 연민적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느끼는 뇌 수업시간에 공포와 불안에 대해 얘기하는 데 매 년 학생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왜 저희 세대는 유난히 불안을 느낄까요?", 1949년 이후 모든 세대가 자기를 가장 불안한 세대라고 합니다. 불안을 느낄 때에 뇌의 메커니즘은 어떠할까요? 뇌에는 편도체가 공포와 연결 지어지듯, 불안과 연관된 분계선조 침대핵*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편도체가 공포 감정이 생기는 곳이 아닌 것처럼 침대핵도 불안의 감정의 근원이 아닙니다. 두 부분은 모두 공포와 불안을 느낄 때 나타나는 행동적이고 생리학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 분계선조 침대핵 = 불안의 중추로 알려진 뇌의 한 부분으로 확장 편도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공포나 불안의 감정이 꼭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은 행동적,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피질하부회로와 의식적 감정을 만들어내는 피질하부회로로 부터 별개의 결과물입니다. 이 것이 행동적, 생리적 반응이 의식적 감정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끼치기는 합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면 이것은 여러분이 얼마나 무섭고 불안한지에 대한 영향을 줍니다. 만약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면 이것 역시 공포나 불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감정과 반응은 완벽하게 독립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포의 느낌이 반드시 행동적,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일반적-병리학적 공포와 불안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불안은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일부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불안을 경험하지만 모두 불안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안 장애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불안이 나타나는 빈도와 강도가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입니다. 만약 당신이 자주 불안을 느끼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심리학적,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면 문제가 됩니다.
불안 장애의 종류는 어떤 게 있을까요? 범불안장애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범불안장애는 너무 과하게 걱정하거나 초조해서 집중하기 어렵고, 항상 피로를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또 다른 장애로는 공황장애가 있습니다. 이는 다음 공황발작이 언제 일어날까 걱정하게 만듭니다. 심계항진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끼거나 땀을 흘리고 떨게 됩니다. 과거의 공황발작과 관련된 이러한 반응들이 다음 발작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근본적으로 불안장애라기 보단 공포증*에 가깝습니다. 불안 장애는 기본적으로 걱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공포증은 실제 자극의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입니다.
* 심계항진증 = 심장 박동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증상
* 공포증 =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장애의 일종
사회 불안 장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 공포 반응을 느끼는 사회적인 공포증입니다. 보호받고 있지 않다고 느껴질 만한 열린 공간이나 공공장소에서 공포를 느끼는 광장 공포증도 있습니다. 불안 장애와 관련된 것 중 PTSD라고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불안 장애로 취급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다른 범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박 장애*로 불리는 OCD 역시 예전에는 불안 장애 였지만 지금은 다시 분류되었습니다. 조현병에서 자주 나타나는 편집증* 증상도 있습니다. 이는 당신을 상대로 사람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공포와 불안을 느낍니다.
*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 전쟁, 고문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 후 머릿속에서 재경험하며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질환
* 강박 장애(OCD) =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을 원하지 않게 계속하게 되는 병리적 상태
* 편집증 =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특정한 망상을 계속하는 병리적 상태
공포증과 불안 장애의 주된 치료법은 심리치료인데, 특히나 인지행동치료(CBT)*가 있습니다. 이는 여러분의 생각을 이용해서 행동이나 신념을 변화시키는 접근법입니다. 이건 몇몇 불안 장애에 어느 정도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항불안제 즉 불안 완하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도 있습니다. 불안 증세를 치료하는 데에 항 우울제가 도움이 될 때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들 중 그 무엇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복용한 사람 중 최대 3/4 정도만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 인지행동치료(CBT) = 왜곡된 인지를 바로 잡아 행동과 신념을 변화시키는 방법
약을 개발하는 접근법은 오해를 받아 왔습니다. 약을 어떻게 개발할까요?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방법은 실험용 쥐를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공포 조건 형성 방법도 있으며, 그 외 많은 것이 있습니다. 고전적 불안 장애 테스트에는 개방 광장 실험, 높은 십자형 미로 실험도 있습니다. 동물을 그런 상황에 놓고 약을 주었을 때 공포나 불안으로 보이는 행동을 멈추면 그 약물이 공포, 또는 불안 중추를 바꾸어놔서 동물이 무서움이나 불안을 덜 느낀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 동물이 뭘 경험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동물이 조금 덜 불안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행동적으로 동물이 위험에 접근하거나 위험을 피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이건 동물이 공포나 불안을 덜 느끼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우리가 보았듯이 실험에선 행동을 측정했습니다. 이런 행동을 제어하는 피질 하부 영역은 공포나 불안한 감정의 근원이 아닙니다.
제약회사들의 연구에선 생리적, 행동적 반응을 살펴보는 데 이런 반응들은 모두 피질하부 영역에서 통제되는 것들입니다. 공포를 만드는 인지적 이야기들에 의해 컨트롤되는 것들이 아닌 것입니다. 동물을 상대로 공포와 불안의 느낌을 연구할 순 없습니다.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것은 행동적, 생리적 반응뿐입니다. 사람의 행동이나 생리적 반응을 길들일 수 있다는 것도 유용합니다. 공포와 불안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치료 방법은 아닙니다.
공포와 불안의 상태를 치료하려면 그 이야기를 바꾸어야 합니다. 사람의 주관적인 경험을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약을 입으로 삼키고 소화해서 혈류로 들어간 약이 다시 뇌로 가는 방법으로는 정신적 상태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우리는 정말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는 편도체를 길들이는 방법입니다. 이는 약물로도 가능하지만 잠재의식 자극*으로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뱀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는 사람에게 눈앞에 뱀 사진을 보여주면 기겁을 할 것입니다. 거미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계속 거미에 노출시키는 노출 치료를 거부합니다. 너무 혐오스럽기 때문입니다.
* 잠재의식 자극 =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자극을 가하는 것
하지만 이런 자극을 잠재의식에 보여줄 때 우리는 편도체의 반응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일반적인 심리 치료, 상담이나 인지 행동치료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뇌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심리 치료를 뇌의 시스템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생존 회로가 있습니다. 행동적, 생리적 반응을 제어하는 피질하부 회로와 우리의 의식적 경험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피질 회로가 있습니다. 이 점을 깨닫고 뇌에 대해 우리가 이 관점으로 치료를 접근하지 않으면 알맞은 치료법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강의에서는 위협 처리와 위험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완전히 다른 개념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4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삶의 기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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