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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르두 - 공포의 뇌과학, 3강 편도체의 진실

셩잇님 2023. 7. 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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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편도체의 진실

 

 지난 강의에서 제가 어떻게 편도체를 연구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파블로프 공포 조건 실험을 통해서였습니다. 또 어떻게 한 자극이 귀로 들어가서 뇌를 통해 몸까지 전달된 다음, 행동적, 생리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지도 말씀드렸습니다.

 

 1980~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편도체는 그렇게 잘 알려진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편도체에 대해 아예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변화는 90년대부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다니엘 골먼'이라는 뉴욕 타임스 작가가 신문에 제 연구에 대한 글을 썼는데 자극이 편도체로 빨리 도달하는 경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골먼은 그의 유명한 저서인 ≪감성지능≫ 1편을 포함한 다수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러한 책을 아주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을 계기로 편도체가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골먼은 편도체 장악* 이는 편도체가 위험한 상황에서 반응을 장악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이게 비즈니스 계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많은 사업가들이 이 책들을 읽었습니다. 저는 글과 강의를 통해 대중들에게 편도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이 분야의 연구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96년에 저는 ≪느끼는 뇌≫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대중들에게 제 연구와 다른 신경과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 편도체 장악 = 편도체가 반응을 장악해서 실제 자극과 맞지 않는 지나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현상

 

 그런데 제 이론은 과학계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편도체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냐면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편도체가 뇌에서 공포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여긴 것입니다. 이제 대중들에게 있어서 편도체는 공포의 중추라고 알려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문화적 밈을 만들어 냈습니다. 밈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고 일상 대화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편도체에 대한 티셔츠가 생기고 TV에서도 편도체를 언급했습니다. 배트맨 만화책에서도 아미그달라(편도체)라는 괴물이 등장했습니다. 편도체는 변호 수단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제가 아니라 편도체가 한 일이에요." 또한 에센셜 오일 효과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유명하던, 유명하지 않던 소설에도 등장했습니다. 관련된 노래도 나왔습니다. 전 아미그달라노이드라는 밴드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현상에 저도 일부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문화적 밈보다는 사실을 표현하려는 편입니다. 물론 언제나 원칙적으로 철저하게 지킨다고는 말 못 하지만요. 저는 편도체가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겠군. 저는 편도체 문화적 밈을 쓰러트리기 위해 글을 기고하고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편도체가 공포의 중추가 아닌 이유]

1. 공포를 느끼지만 신체 반응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리적 반응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채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물어봅니다. 그때 거기서 정말 "무서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심장 박동을 확인해 보면 빨리 뛰지 않는 것입니다. 무서워하는 것처럼 안 보였는데 무서워한다거나, 무서워하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안 무서울 때가 있는 것입니다. 반응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은 것입니다. 두려움이 편도체의 결과라면 이는 일치해야 합니다.

 

 편도체가 모든 반응을 통제하고 공포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이 둘 사이의 분명한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연관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약했습니다. 저는 이런 오해가 우리가 공포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것의 근원이 공포감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약 곰에게 쫓길 때에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두려워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했을 거야. 그냥 깨닫지 못한 거지." 이것이 제가 말한 첫 번째 오해입니다.

 

2. 공포를 못 느끼지만 신체 반응은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제가 이미 언급한 잠재적인 시각 자극입니다. 뱀 사진을 짧게 보여주는 자극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에 땀이 차지만 사람들은 그 사진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무엇인가 느껴지나요?"라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합니다. 만약 편도체가 공포 반응을 만들어 낼 때 공포감이 항상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면 공포는 편도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공포 반응에 관여한다고 해도요. 잠재적 자극이 편도체를 활성화해서 반응은 있지만, 감정은 없습니다.

 

3. 편도체가 손상돼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는 편도체 손상이 공포 감정을 없애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응을 없앨 순 있지만, 감정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편도체가 두려움의 근원이면 편도체의 손상을 입었을 때 두려움도 못 느껴야 합니다. 이것들이 편도체가 공포의 중추라고 불리는 잘못된 이유입니다. 제가 계속 얘기했듯 편도체는 암묵적 공포의 중추인데, 암묵적이라는 말이 생략되고 그냥 공포의 중추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저는 공포연구를 새롭게 해석하는 책과 논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점은 공포, 분노, 사랑 같은 단어는 정신 상태를 말할 때에만 쓰자는 것입니다. 그런 단어를 행동적, 생리적인 반응들과 혼동해서 쓰지 말자는 것입니다. 공포와 분노, 그리고 사랑과 같은 단어들은 정신적인 상태로 남겨두고, 행동적, 생리적인 반응에는 다른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편도체를 공포의 회로로 생각하기보다는 방어 생존 회로라고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여러분의 편도체가 위협을 감지할 때 위협으로부터 여러분을 방어할 수 있는 반응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몸이 얼어붙어버려 여러분이 뱀을 밟지 않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요점은 우리는 도망가거나 멈춰 서야 하는데 편도체가 그런 상황에서 반응이 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편도체가 공포를 느껴서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편도체가 무의식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암묵적 공포 탐지기인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부르지는 않고 저희는 이를 암묵적 방어 생존 회로라고 부릅니다.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을 만듭니다. 이는 의식적 공포 감정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의식적 공포는 시각 자극이 시각 피질로 전달될 때 생깁니다. 그리고 뇌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피질로 이동하여 의식적인 감정, 즉 의식적인 공포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는 어떻게 만들까요? 우리의 뇌에는 작업 기억이라고 불리는 정신적, 의식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우린 여기서 모든 종류의 다른 정보를 통합합니다.

 

 어떤 물체의 생김새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중식당에 갔는데 그릇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요리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그 음식을 보고 냄새를 맡고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모든 경험은 통합되어야 합니다. 작업 기억에서 바로 이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작업 기억은 이 모든 종류의 정보들이 하나의 통일된 경험으로 합쳐지는 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사진을 본다고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양과 색상 같은 사과의 물리적 특징뿐 아니라, 그것에 대한 기억 촉감, 식감, 맛 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나 머릿속에 사과의 대한 정보를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사과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사과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기억을 통해 여러분은 그런 모양과 색깔을 가진 것이 사과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다음 모양과 색깔 정보를 통합하여 하나로 만듭니다. 이것이 첫 단계이며 시각 피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모양과 색깔을 우리가 사과에 대해 아는 정보와 통합할 때에도 기억이 필요합니다.

 

 작업기억은 사과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사과의 모양 같은 물리적 특징과 합쳐서 다음에도 사과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만듭니다. 만약 자극이 감정적인 자극이라면 작업 기억이 처리할 정보가 필요합니다. 뱀의 모양과 뱀이 파충류라는 지식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뱀이 위험하다.'라는 존재라는 것 역시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 스키마*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 감정 스키마 = 한 사람이 살면서 경험한 감정에 대한 기억 묶음

 

 감정 스키마는 일종의 기억으로 당신이 살면서 경험한 감정들에 대한 기억입니다. 감정, 두려움, 위험, 위험에 대한 반응과 어떻게 반응할 확률이 높은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고 두렵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 모든 것들이 감정 스키마의 일부입니다. 뱀을 보았을 때 파충류라는 의미론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 정보를 위험 자극에 대한 의식적 경험으로 바꾸어 주는 감정 스키마가 뒤따라옵니다. 이것이 바로 작업 기억과 전전두엽 피질이 여러분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복잡한 감정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다른 종류의 기억이 필요한데 바로 자기 기억 혹은 자아 스키마*입니다. 자기 자신이 없다면 자신이 연관되지 않는다면 두려움 같은 감정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은 경험한 감정이 될 수 없습니다. 작업 기억에서 우리는 이 모든 정보를 모읍니다. 그 결과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얘기할 수 있게 됩니다.

 * 자아 스키마 = 생각의 주체인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 묶음

 

 저는 제가 초기에 했던 분리 뇌 연구에서 이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의식이 우리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우리가 직접 경험한 그 경험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감정에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상황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여러분이 화났는지, 두려웠는지를 결정합니다. 갑자기 화난 채로 시작해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싸우는 상황을 예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주 화나있지만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너무 화를 내면 헤어지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분노가 걱정으로 변하고 공포나 두려움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감정은 아주 유연합니다. 감정이 전개되면서 지어내는 이야기가 유연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에 있어서 우리 자신은 물론 문화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우리 자신도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공포가 만국 공통 즉 세계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세계적으로 같은 것은 공포가 아니라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화에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종의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디에나 그런 경험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위험, 또는 위험한 경험을 번역할 때 영어로 'fear'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들은 fear라는 단어를 들으면 위험한 경험을 떠올립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느끼는 공포를 똑같이 느낄 거야. 공포는 전 세계적이니까'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 상황이 우리도 두렵게 만들기 때문에 공포가 전 세계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똑같은 것은 공포가 아닌 위험이고 이것을 공포 경험으로 바꾸는 것은 여러분의 자아 스키마와 문화 스키마입니다. 제 공포는 루이지애나나 미국에서 자란 다른 사람들의 공포와 다릅니다. 미국인의 공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공포와 다릅니다. 우리는 여기서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포가 편도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놓인 상황을 해석하는 아주 복잡한 인지 처리 과정에서 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왜 그렇게 단어에 집착하세요? 어떻게 부르는지 뭐가 중요한가요?" 과학자들은 명확해야 합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연구하고 자료를 모으고 엄밀한 태도로 강력한 통계 자료를 분석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것을 해석하고 단어를 사용해서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어 표현에 서투릅니다. 이는 저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많은 과학자가 지난 수세기동안 과학자들은 단어 선정에 서투르다고 불평해 왔습니다.

 

 이 언어적 서투름은 의미적인 엉성함을 만들고 그러면 모든 것이 복잡해집니다. 불행히도 공포와 불안 연구에 있어서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린 공포스럽거나 불안한 정신적 상태를 행동적 생리적 반응과 혼동하는 데에 이것이 제 다음 강연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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