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동양 vs 서양: 인식의 차이
제가 지난 50년동안 미시간 대학에서 연구한 내용을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서로 다른 사고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그 두가지는 동양과 서양, 또는 동아시아와 서유럽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맥락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양인은 맥락보다는 대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대상은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으며, 이해하고 싶은 누군가의 행동일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인의 추론과 지각은 전체론적 관점을 기반으로 합니다. 대상의 여러 속성이나 그 대상의 행위를 결정하는 다양한 규칙에 집중해서 분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동아시아인은 상황 중심적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속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동양에서는 주위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게 잘 조화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면 미국인들은 개인중심적입니다. 환경이 자신에게 맞춰지길 바라며, 자신이 환경을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미국인은 동양인과 비교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사회적 관계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회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이 미국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만들면 이런 문구가 실릴 것입니다. "난 특별해, 훨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어, 삼성과 함께", 반면 한국에서는 이렇습니다. '삼성은 또 다른 가족입니다. 우린 모두 하나의 가족으로써 조화와 희망을 찾아갑니다.' 서로 다른 부분을 강조합니다.
한 한국계 미국인 학생과 심리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성적이 우수한 친구였습니다. 전 그 친구에게 무엇을 전공할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글쎄, 철학자가 되고싶은데 부모님은 엔지니어가 되길 바라셔서 엔지니어가 되려고 해." 미국에서 이는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부모님이 엔지니어가 되길 바란다고? 그래서 작업복을 입으라고? 신경도 안씁니다. 내가 철학자가 되고 싶다면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서양 관련 일화가 있습니다. 제 일본인 친구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미국식 디너 파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마티니, 스테이크, 애플파이도 좋아했습니다. 이 친구는 미국에 사는 다른 일본인 친구가 많았는데 그 친구들도 미국식 디너 파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네끼리 마티니를 곁들인 미국식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실패했다고합니다. 왜 실패했냐고요? 왜냐면 미국식 디너파티가 기름칠 한것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은 솔직한 대화였기 때문입니다. "그 영화가 좋지 않아?", "최악의 영화야." 이런 대화는 일본에서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 의견에 반박하는 것은 아주 예의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미국인들과 함께 했던 디너파티같은 즐거운 경험은 애당초 일본인들끼리는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기발한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 사회 심리학자 '기타 마시노부가' 했던 실험입니다. 먼저 사람들에게 자신을 나타내는 원을 그리라고 하고, 가장 가까운 지인들을 나타내는 원도 그려달라고 합니다. 원을 다 그리면 자신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선과 얼마나 가까운지 생각해서 지인들끼리 연결하는 선도 그리라고 합니다.
미국인이 그린 그림을 보면 자신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원보다 자기 원을 크게 그립니다. 반면 일본인들은 자신을 중심에 놓지 않습니다. 원의 크기도 지인들 원과 비슷하게 그리거나 심지어 작을 때도 있습니다. 서양에선 자아가 정말 중요합니다. 동양에선 자신을 전체의 일원으로 봅니다.
중국인이 제게 말해준 것입니다. 보통 동아시아에선 이러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이사를 가거나 죽어서 볼 수 없어지면 내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미국에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아내를 잃게 되면 저도 예전과는 달라지겠죠. 하지만 소중한 친구를 잃는다고 해도 저는 바뀌지 않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고유의 속성들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동양의 일반적인 자아 개념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런 사회적 차이는 인지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동양의 지각과 추론은 전체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동양은 전체 맥락을 고려하고 각 맥락과 개인과 대상의 관계를 고려합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분석적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하게 다뤄야하는 대상, 통제가 필요한 대상에 집중해서 분석합니다. 그래서 인지하는 정보도 아주 다릅니다.
'마스타 다카'라는 일본인 학생이 진행한 연구가 있습니다. 사람들한테 20초동안 수중장면을 보여주고 방금 무엇을 봤냐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큰 물고기 3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분홍색 지느러미가 달린 흰 물고기였고 배에는 점무늬가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은 맥락부터 설명합니다. 개울처럼 보였습니다. 바닥의 돌, 조개 껍데기 수초들이 있었고 큰 물고기 3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이는 아주 큰 차이입니다. 일본인은 가장 핵심적이고 눈에 띄는 대상부터 얘기하지 않고 전체적인 배경들을 먼저 설명합니다. 마스타 다카와 다른 학생들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다른것을 보는걸까? 다른것 보는거 맞지?" 정답은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것을 봅니다.
저희는 사람들에게 시골 배경의 기차나 특정 환경에 있는 동물같은 정적인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보는지 관찰했습니다. 미국 실험참가자들은 중심 대상을 주시하고 그것의 속성이나 관련 사항들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일본 실험 참가자들은 전체 배경과 대상을 번갈아가면서 봅니다.
그 결과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전체적인 맥락을 훨씬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수중 장면 실험과 똑같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일본인 참가자들은 그림 전체에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미국인보다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중심대상에 대한 정보도 많이 획득했습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도 모든 맥락 정보를 파악했습니다. 지각 뿐 아니라 추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인은 전체적 맥락에서 서양인은 대상 중심적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 심리학 연구중에 매우 자주하는 등장하는 예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대학생 여러명을 모아놓고 마리화나 합법화 찬성, 대학 등록금 인상에 찬성하는 한 학생의 연설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어봅니다. "연설자가 이 쟁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나요?" 그런데 청중들이 이미 아는 것이 있습니다. 연설자가 마리화나에 찬성하는 주장을 하도록 지시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있습니다.
이렇게 연설자가 상황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명확한데도 미국인들은 연설자가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한국인들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실험 조건을 살짝 바꿔서 당신이 연설자에게 무언가 요청하는 모습을 실험 참가자에게 보게 한다면 어떨까요? 당신이 이렇게 말합니다. "핵무기 반대나 다른 뭔가에 대해서 연설해주세요. 제가 요구하는 대로요." 미국인들은 여전히 연설하는 사람이 무엇을 말하던 그 사람의 생각이라고 믿었습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이렇게 추론하지 않습니다. 상황의 특수성을 먼저 봅니다. 한국 실험 참가자들은 연설자와 연설을 맡긴 사람의 관계를 파악합니다. 이 관계를 통해서 상황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3가지를 제시하겠습니다. 소, 고양이, 풀, 어떤 2가지를 하나로 묶을 것인가요? 만약 당신이 동양인이라면 소와 풀을 하나로 묶을 것입니다. 소가 풀을 먹기 때문이라면서요. 만약 서양인이라면 소와 고양이를 하나로 묶을 것입니다. 둘 다 동물이기 떄문입니다.
언어학 연구에서는 미국 아이들이 동사보다 명사를 더 빨리 배운다는 주장이 오랜 시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건 미국인들에게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저건 의자야. 이게 의자시트고, 등받이야. 다리는 4개야. 이게 의자라구요? 그렇구나. 이렇게 사물의 명사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쉽습니다.
동사를 배우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던지다를 어떻게 설명하죠? 팔이나 손을 보게하고 목표에 공을 보내는 신호를 하면될까요? 이렇게 명사 학습이 동사 학습보다 쉽다는 것은 아주 명백하죠. 그런데 한국에선 아닙니다. 한국 아이들은 언어의 차이로 인해 명사만큼 동사도 쉽게 배웁니다. 이런 차이를 밝혀내려면 엄청난 시간을 아마도 수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정확히 2500년 전까지요
고대 중국사상과 고대 그리스 사상은 거의 모든 면에서 극적으로 달랐습니다. 2500년 전 중국 사상가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떤 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대 중국인은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이해했습니다. 이건 17세기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오도 미처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서양에서는 접촉이 있을때만 즉 물질과 물질이 맞다을때만 어떤 작용이 발생한다는 과학계의 정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원격 작용을 증명한 것은 18세기 서양 과학자들이 합니다. 자력이나 음파현상 같은 걸로요.
또 중요한 것은 과학이 그리스 인들이 발명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인은 여러 범주를 구분하는 규칙에 기초해서 모든 것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을 범주에 대한 규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반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과학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해진 것입니다. 동양에서 발명된 것이 아닙니다.
자 이번시간에는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았습니다. 동양에는 맥락을 파악하고 서양에는 대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동양에는 관계와 유사성에 주목하는 반면, 서양인은 규칙과 범주의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상당히 다른 사고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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