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지불의 고통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조금 비싼 식당에 갔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현금을 냈습니다. 다음 식사에서는 신용 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이 두 식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금을 낼 때 훨씬 더 기분이 나빠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다음 예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제가 웨이터이고, 음식점에 사람들은 숟가락질 100번에 100달러를 내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니 할인을 해주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숟가락질 1번에 1달러가 아닌 50센트로 지불하게 됩니다. 또 100번의 숟가락질 몫을 다 돈을 청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단지 여러분이 숟가락질하는 만큼만 청구할 것입니다. 이는 아주 좋은 할인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저는 연필을 들고 뒤에 서서 한입 먹을 때마다 기록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숟가락질 횟수만큼 50센트씩 청구하는 것입니다. 좋은 거래이지 않나요? 비싼 음식을 시켜서 먹더라도 이는 금전적으로 따지면 놀랍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사가 과연 맛있을까요?
저는 학교에서 돈의 심리학을 가르치는 해마다 학생들에게 피자를 돌리고 한입당 25센트를 청구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학생들이 피자를 한입을 엄청나게 크게 먹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피자를 입에 쑤셔 넣습니다. 처음 한입에만 그럴까요? 그다음에는 그만둘까요? 아닙니다. 계속 그렇게 피자를 입에 쑤셔 넣습니다.
다시 신용카드와 현금 문제로 돌아가봅시다. 무슨 차이일까요? 차이는 관심입니다. 한 입당 돈을 내야 하면 돈을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 번 먹을 때마다 즐거움이 조금씩 감소합니다. 게다가 식사가 끝나고 현금으로 지불하면 돈이 지갑에서 사라지는 것이 보여서 신용카드로 지불하면 사인만 하고 돈은 나중에 나갑니다. 중요한 것은 지불의 고통입니다. 지불의 고통 때문에 지출과 소비를 동시에 하면 즐거움이 줄어듭니다.
이번엔 지불의 고통이 어쩔 때는 증가하고 어쩔 때는 감소하는지 알아봅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개인 수표에 금액을 적어 전기세를 납부합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결제 수단을 자동 이체로 바꾸고 나면 전기 소비량이 4% 증가합니다. 왜 이렇게 될까요?
전기세 고지서를 보고 금액을 확인할 때 우리는 화가 납니다. 짜증이 나서 가족을 비난합니다. "이것도 끄고, 저것도 꺼라. 내가 말하지 않았니? 저번에 말했잖아." 이 말을 들은 가족은 전기 소비량을 조금 줄입니다. 그런데 계좌에서 자동이체를 하면 전기세를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생각도 안 하고, 가족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전기세는 더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지불의 고통이 크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지출에 신경 쓸수록 담배 같은 몸에 해로운 품목의 소비는 줄어듭니다. 그렇지만 삶의 즐거움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지불의 고통을 덜 느끼길 바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소비하는 데에 쏟는 관심입니다.
다시 식사에 관한 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선불로 6개월치 식비를 미리 냈다고 칩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잊어버립니다. 덕분에 식사를 매 순간 즐기게 됩니다. 반면 식사를 끝나고 돈을 낸다면 처음에 식사를 즐기지만 식사가 끝난 뒤 돈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즐거움이 감소합니다.
특히 현금으로 낼 경우 즐거움이 더 크게 감소합니다. 당연하지만 한입당 돈을 내는 저의 방식을 사용하면 이는 최악입니다.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관심의 첫 번째 법칙은 지불의 고통*입니다. 돈을 쓰는 것에 주목하면 즐거움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 지불의 고통 = 돈 쓰는 것에 주목하면 즐거움이 줄어든다.
관심의 다른 요소인 두 번째 법칙은 운영의 투명성이라는 것입니다. 운영의 투명성은 살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마법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마법을 모릅니다. 그 마법을 모르기 때문에 가치를 크게 평가하지 않고 돈도 내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법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면 우리는 거기에 더욱 감사하며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설명을 위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비행기 표 검색 웹 사이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3가지 조건을 생각해 봅시다.
첫 번째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결과가 바로 나옵니다.
두 번째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긴 화면에 연결 신호가 뜹니다. 여러분은 기다립니다. 때론 짧게 기다리고 때론 좀 더 길게 기다리지만 어쨌든 기다리면 결과가 뜹니다.
세 번째는 투명성이라는 조건입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아까랑 똑같은 시간만 기다리는 대신 어떤 상황이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검색 상황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정보가 화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거리별, 가격순으로 비행 편이 정렬되고 점점 더 많은 비행 편이 검색되는 것이 보이는 것입니다. 빈 화면이었을 때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투명성이 존재할 때 보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검색 결과를 즉시 확인할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두 번째로 화면이 비어있는 경우 바로 결과를 보게 되면 물론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 이후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30초, 40초 기다리는 상황이 생기면서 상당히 불만이 커집니다.
이 실험을 수행한 이유는 투명성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다려야 하지만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놀랍게도 투명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선 처음에는 더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35초를 지나가면 만족감을 떨어집니다. 하지만 빈 화면보다는 높습니다.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건이 같은데 기다릴 사람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다림이 아닌 투명성에 대한 것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볼 수 없는 투명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할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넷 뱅킹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여기에 운영의 투명성을 더해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준다면 그 일을 더욱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서 돈을 더 지불할 것입니다.
이는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 커플 두 명이 각기 다른 방에 있다고 해봅시다. 두 사람에게 100%를 기준으로 이 관계를 위해 각자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두 대답을 더하면 항상 100%가 넘습니다. 왜일까요? 모두 항상 자신만의 투명성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는 세부사항을 보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은 보지 못합니다.
저는 집에서 쓰레기 담당입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렵고 단계와 요령이 있습니다. 제 아내는 고지서만 챙기면 그만입니다. 우리는 내가 한 일은 과장하고 남이 한 일은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 운영의 투명성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부모님이나 아이들, 배우자에게 여러분에게 한 일을 얘기해서 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투명성에 대해 제가 한 또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케냐에 있는 키베라라는 슬럼가에서 진행했습니다. 여기엔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삽니다. 이들이 만일을 대비해 저축하게 하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근근이 살기 때문에 여윳돈이 없습니다. 때로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지붕이 새거나, 누군가 아프면 돈을 빌려야 하지만 여윳돈이 없습니다. 그럼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립니다. 거기서 일이 악화됩니다.
이 사람들이 만일에 상황에 대비해 돈을 모으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많은 것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통제 그룹을 설정하고 저축을 권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다른 그룹에게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문자 한 통을 보냈는데 100 실링을 아끼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른 그룹에게는 자녀가 보내는 것처럼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이 이름이 조나단이라고 하면 문자로 "엄마, 아빠. 조나단이에요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100실링을 아껴주세요."라고 써서 보냈습니다. 어떤 그룹은 10% 이자를 받습니다. 100 실링을 저축하면 10퍼센트를 더 준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그룹은 2배인 20% 센트를 더 받습니다. 다른 두 그룹은 10%와 20%의 이자를 미리 선지급했습니다. 정리하면 통제, 문자, 아이의 문자, 10, 20% 이자, 10, 20% 선이자 7개입니다. 동전을 받은 그룹이 하나 더 있는데 여기엔 숫자 1부터 24까지 적혀있습니다. 집 어딘가에 동전을 놔두라고 했습니다. 매주 칼로 숫자에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첫째 주 둘째 주 저축을 못했으면 빼기, 저축을 했으면 위아래로 칼집을 냅니다. 이 중에서 어느 그룹이 가장 돈을 모았을까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을까요?
결과는 이랬습니다. 통제 그룹은 저축이 아주 적었습니다. 문자 그룹은 저축이 늘었습니다. 이자 그룹은 약간 늘었는데 10, 20% 이자나 둘 다 비슷했습니다. 선 이자 그룹은 그냥 이자 그룹보다는 더 많이 저축했습니다. 10% 선이자나 20% 선이자나 차이는 없었습니다. 아이의 문자는 20퍼센트 선 이자 그룹과 비슷한 그룹을 모았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부모님이 돈을 모으게 하고 싶으면 매주 문자를 보내세요. 하지만 이 연구의 가장 놀라운 점은 동전 그룹이었습니다. 돈이 많건 적건 다른 그룹보다 저금이 두 배이상 늘었습니다. 왜 동전이 그렇게 효과가 좋았을까요?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던 것일까요?
답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소웨토에 있었을 때였습니다. 소웨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 도시로 빈민촌이 크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상조보험 회사에 앉아있었는데 한 아버지가 상조 보험을 가입한 다음 격식을 차리며 그 증명서를 아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아들에게 그것을 건네줄 때 저는 '저분은 뭐 하는 것일까? 웬 증명서지?' 그러나 전 곧 이 아버지가 돈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 과일, 기름을 샀다면 눈에 보이니까 가족들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조 보험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증명서를 만들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 것입니다. 여기서 보험 증서는 당장 식탁에 음식은 덜 올라가겠지만 미래를 위한 일이야 이런 뜻입니다.
동전은 이와 동일한 개념입니다. 보이지 않는 개념을 보이게 한 것입니다. 대체로 삶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보이는 것만을 소유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옷, 자동차, 그리고 다른 물건에 값을 지불하고 소유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빚, 주택 대출, 보험료, 적금 같은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극을 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보이게 하면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요약하자면 이 짧은 강의는 돈과 관심에 관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지불에 얼마만큼 관심을 쏟느냐입니다.
첫째. 지불 방법입니다.
돈을 낼 때 현금, 신용카드, 체크카드 모두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우리가 얼마만큼 돈을 쓸지에도 영향을 줍니다.
둘째. 운영의 투명성입니다.
노력을 가시화하는 것이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도 얘기했습니다. 누군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대가를 지불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빚 갚기, 보험, 저축입니다. 우리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면 동기부여를 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돈을 쓸 때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즉 동기부여를 하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돈과 관심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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