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감정의 가격
오늘은 돈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돈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돈이란 인지적이고, 이성적입니다. 우리는 돈과 관련된 일은 신중히 처리하지만, 돈에 관해 생각할 때에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 감정이 영향을 끼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사과와 초콜릿 중 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둘을 비교하면 초콜릿보다 사과가 건강에 좋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먼 미래에 무엇을 고를지 물어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입니다. 여러분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 미래라면 사과를 고릅니다. 초콜릿 대신 건강에 좋은 사과를 택하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년 후가 아니라면 어떨까요? 지금으로부터 한 달 후라면 한 달 뒤라고 해도 사람들은 초콜릿이 아닌 사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면 어떨까요? 여기 사과와 초콜릿이 있습니다. 냄새를 맡아보시고, 어떤 게 더 좋으신가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초콜릿 주세요."
이 것이 흔히 말하는 시간 선호 현상*입니다. 결과가 현재로부터 멀리적 떨어져 있을 때에는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지만, 현재와 가까워질수록 감정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입니다. 이성은 사라지고 선호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사과를 택하지만, 눈앞에 현재에는 초콜릿을 택합니다.
* 시간 선호 현상 = 결과가 멀수록 이성적 결정, 가까울수록 감정적 결정
이처럼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는 이 개념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돈과 관련된 결정에 존재하고,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미루는 것이라던가, 자는 것, 약물치료방식, 문자 보내기와 운전, 그리고 환경에도 존재합니다. 이 개념은 모든 일에 영향을 끼칩니다. 먼 미래에 일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이성적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다가올수록 감정적으로 변합니다. 결정이 감정에 끈을 강력히 잡아당긴다면 그쪽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 선호 현상과 더불어 감정은 우리의 결정을 상당히 변화시켰습니다. 감정이 금전적 결정에 영향을 주는데 이를 공짜 효과라고 합니다. 물건이 공짜일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인도에서 온 사연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신생 아이스크림 회사가 거리에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설치했습니다. 사람들이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그리고 홍보를 위해 공짜로 제공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예 공짜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이 아주아주 길게 줄을 섰습니다. 그때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오자 사람들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우산 사려갔습니다. 우산을 사 온 뒤 다시 줄을 섰습니다. 우산이 아이스크림 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줄을 섰습니다. 공짜가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을 3달러에서 1달러로 할인하면 사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납니다. 그런데 1달러에서 무료가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고 1달러보다 더 큰 금액도 서슴없이 씁니다. 공짜를 사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감정은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시간 선호현상이나, 공짜 효과도 결정의 영향을 주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유 효과*입니다. 제가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이 효과에 관해, 그리고 제가 했던 연구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소유 효과 = 가진 것의 가치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
저는 듀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아주 우수한 농구팀이 있고, 이 농구팀은 캠퍼스 문화에 큰 부분입니다. 경기 전에 많은 학생들은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몇 주 동안 텐트를 치고 야영까지 합니다. 야영을 하고 알람을 설정하고 텐트 친 장소를 지키고 비가 와도 티켓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텐트에서 잠을 잡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그 해는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야영을 했습니다. 학생들에 비해서 티켓은 충분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측에서는 어떻게 했을까요? 복권을 만들었습니다. 야영을 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티켓을 줄 수 없으니 복권을 만든 것입니다. 학생들 중 일부만 티켓을 얻는 것입니다. 학교는 복권에 당첨된 학생들과 떨어진 학생들 이름일 목록으로 작성해서 공개했습니다.
전 그곳으로 달려가서 학생의 이름을 복사한 다음 전화를 했습니다. 당첨된 학생들에게 전화한 후에는 떨어진 학생들에게도 전화를 했습니다. 티켓을 사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은 농구에 대한 애정 자체가 다릅니다. 하지만 복권의 방식이 아닐 경우에는 모두가 야영을 했으며, 모두 티켓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무작위로 복권을 주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같은 조건이었습니다. 당첨된 학생이 떨어진 학생보다 농구를 더 사랑한 건 아니었고 오로지 무작위였습니다. 이는 실험하기 딱 맞는 조건이었습니다.
저는 전화를 걸어서 농구티켓에 당첨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티켓을 사고 싶은데 얼마를 주면 팔 건가요?" 최소 어느 정도면 될 것 같나요? 티켓을 사고 싶은 사람인 것처럼 물어보면서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떨어진 학생에게도 전화를 했습니다. "티켓 당첨에 떨어졌죠. 저한테 티켓이 있는데 최대 얼마까지 돈을 낼 수 있나요?" 이렇게 협상했습니다.
여기서 질문하나 하겠습니다. 티켓을 가진 학생과 가지지 않은 학생에게 티켓의 가치는 달랐을까요? 저는 티켓을 가진 학생에게 팔건지, 최소 얼마에 팔건지 물었으며 없는 학생에겐 살건지, 최대 얼마를 낼 건지 물었습니다. 둘이 비슷했을까요? 이성적으로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건 농구와 돈의 관한 것이고, 선택권은 같기 때문입니다. 농구와 돈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티켓을 가진 학생의 희망 가격 그러니까 티켓을 팔 때 최소 금액은 평균이 2,410 달러였습니다. 무려 2,410달러(=한화 315만 원)입니다. 반면 티켓이 없는 학생이 티켓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70달러(=한화 22만 원)였습니다. 이는 매우 큰 차이였습니다.
티켓을 가진 학생은 티켓의 가치를 크게 여겼지만, 티켓이 없는 학생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둘 다 무작위로 결정된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학생들과 협상을 끝내고 가격을 그렇게 정한 이유를 물어보며 제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티켓에 가치를 평가한 방법과 가격을 그렇게 정한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두 그룹의 얘기는 아주 다릅니다. 티켓을 가진 학생은 티켓으로 듀크대학교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을 경험할 거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제 아이들에게 늘 알려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티켓이 추억을 쌓을 기회인 것입니다. 티켓이 없는 학생은 "170달러면 술집에 가서 농구 경기를 볼 수 있고 남은 돈으로 야식까지 사 먹을 수 있어요."라 대답했습니다. 양 측 학생들에 대답을 살펴보면 각자의 견해에서 가치를 판단한 걸 알 수 있습니다.
티켓에 주인은 티켓과 티켓을 팔면 포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티켓이 없는 사람들은 돈과 티켓을 사면 포기할 것을 생각했습니다. 이게 바로 소유효과의 기본 발상입니다. 소유 효과는 우리가 모든 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평가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티켓 주인이라면 티켓은 대단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티켓이 없다면 돈은 매우 중요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니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소유효과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바로 이케아 효과*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케아라고 아십니까? 이케아는 스웨덴의 한 가구회사입니다. 매장에서 가구를 그냥 사는 것이 아닙니다.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스스로 조립해야 합니다.
* 이케아 효과 =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에 더 큰 애정이 따라온다는 이론
어쨋든 저는 어느 날 이케아로 가서 가구를 샀습니다. 장난감용 서랍을 사서 집에 돌아와 혼자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조립 같은 것을 잘 못합니다. 드라이버도 못 다루고 망치도 못 다룹니다. 실수를 많이 했고 잘못된 곳에 부품을 넣었습니다. 게다가 설명서는 알아보기 어려워서 그날 내내 짜증 나는 오후를 보냈습니다.
그 뒤로 몇 달이 지나고 아이들 놀이방에 들어갈 때마다 제가 직접 조립한 서랍장을 보며 약간 행복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마다 서랍을 보며 말했습니다. "서랍아 우리 오후 내내 함께 시간을 보냈지 내가 널 만들었어." 문득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우리 자신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물건을 좋아하게 될까요?' 그래서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종이접기를 부탁했습니다. 설명서를 나누어주자 사람들은 종이 접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면 완성품을 팔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꽤 많은 돈을 불렀습니다. 종이 접기를 한 사람들은 자기 작품에 많은 돈을 원헀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얼마에 사시겠습니까?"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격차이가 아주 컸습니다. 종이 접기를 했던 사람은 자기가 만든 작품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종이 접기를 안 한 사람은 그 정도로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같은 소유 효과라도 내가 직접 만든 물건에는 더 큰 애정이 따라옵니다. 종이 접기를 할 때 이럴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이기 때문에 결과물이 별로 멋지지 않더라도 대개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느낍니다. '이 특별한 부분이 마음에 들어, 이 부분이 특히 좋아.' 사람들은 종이 접기를 할 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안 좋아해도 난 내 작품이 좋아.'
그래서 우리는 종이 접기를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예상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종이 접기를 한 사람은 작품을 사랑했고, 안 한 사람은 그들의 작품이 엉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종이접기를 한 사람은 타인도 자신만큼 종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 복잡하거나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결과물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까? 내가 이 케아 가구를 조립할 때 걸린 시간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어떨까?' 제가 조립해 보니 너무 복잡해서 실수도 많고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종이 접기를 부탁하면서 따라 하기 힘든 내용이 엉성한 설명서를 제공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종이접기를 한 사람들은 반응은 좋았고, 안 한 사람들은 별로였습니다. 고난도 종이 접기를 한 사람들은 훨씬 더 좋아했습니다. 안 한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반응이 훨씬 더 안 좋았습니다. 왜냐고요? 엉성한 설명서를 보고 작업했기 때문에 종이접기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종이접기 한 사람들은 좋아했습니다.
이케아 효과처럼 우리가 한 일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다른 비이성적 경향과 비슷합니다. 이케아 효과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애정이 우리의 눈을 가린다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생각과 결과물을 사랑합니다. 장점은 우리가 결과물에 더 헌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연구자입니다. 저와 제 학생들이 창작물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멋진 일입니다. 연구에 애정을 갖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 더 의욕에 차고 신경 쓰고 시간을 많이 씁니다. 일종의 혼합이랄까? 축복이면서 저주 두 가지가 섞여있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강의는 돈과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감정이 돈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주는 방식은 많습니다.
지금까지 3가지 효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해 보면
1. 시간 선호 현상입니다. 미래 이상과 현재의 격차를 좁혀갈 때 감정적 요소가 어떻게 발생하는가?, 그리고 수많은 감정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 공짜 효과입니다. 공짜라면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줄을 서는 데 걸리는 시간 같은 것은 잊어버립니다.
3. 소유 효과(=이케아 효과)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일 때 더 좋아한다는 개념입니다. 특히 우리는 직접 만든 것을 좋아합니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수록 더 좋아합니다.
이 모든 효과를 전부 고려하면 삶에서 무엇을 배제하고 무엇을 수용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 중 일부 효과는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가령 공짜 효과 같은 것입니다. 함정에 빠지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이케아 효과 같은 것은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식사를 직접 준비하거나 고장 난 스피커를 직접 고쳐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더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이건 시간 돈 노력을 투자하는 좋은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돈과 감정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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