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관계의 가치
오늘은 돈과 사회 규범에 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돈과 사회 규범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데이트를 예시로 상상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미혼 남성입니다. 데이트를 하면서 밥 값과 술 값을 내고, 아름다운 여성을 집에 데려다주는 길입니다. 집 앞에 도착해 작별의 키스를 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바로 직전에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나 너랑 데이트하면서 14만 원 썼어." 여자친구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는 안 봐도 뻔하니 절대 실험해보지 마십시오.
생각해 보겠습니다. 왜 이 상황에서 돈을 언급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질까요? 돈을 언급하게 되면 바로 관계의 성격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트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장기적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방정식에 돈을 더하는 순간,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나의 몫을 지불했으니 이제 너의 차례야." 이는 장기적 관계가 아닌 단기적 관계입니다. 주면 받아야 하는, 순서를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예시입니다. 모르는 사람의 자동차 바퀴가 터졌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그 사람은 도움을 청하겠죠? 그 사람이 저에게 "바퀴가 터졌는데 교체하는 것을 도와주시겠어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도와주실 건가요? 사례금 받는다고 상황을 다시 가정해 보겠습니다. "바퀴가 터졌어요. 바퀴 교체를 도와주시면 5천 원 드릴게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5천 원을 받고 남을 도우면 기분이 좋을까요? 아닙니다. 남을 도와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여러분에게는 5천 원만 남을 것입니다. 이는 큰돈도 아닙니다. 만약 100만 원이면 얘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관계에 돈을 더하면 남을 도울 때 느끼는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돈과 사회의 규범의 관계입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아주 다릅니다.
여러분이 할머니 댁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할머니께서는 여러분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차립니다. 이때 우리는 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회 규범적으로 선물을 드릴 순 있지만, 만약 돈을 드린다면 이는 할머니의 사랑을 계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 관계를 폄하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실험이 또 있습니다. 어린이 집에서 한 실험입니다. 부모들은 어린이 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데려갑니다. 그런데 가끔 종종 늦게 오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갑니다. 그래서 어린이 집은 이제부터 부모들이 늦게 나타날 때마다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지합니다. 10분 늦을 때마다 부모들은 일정 금액에 벌금을 내야 합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과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벌금제를 시작하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부모가 늦었습니다. 그다음 주부터는 늦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벌금이 도입되기 전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어린이 집에 늦게 가면 선생님은 손목시계를 보면서 부모님을 봤습니다. 이 행동이 죄책감을 불러왔습니다. 죄책감 때문에 제시간에 가게 만든 것입니다. 벌금이 지각을 막을까요? 아닙니다. 부모님이 제시간에 오려고 했던 것은 이 죄책감 때문이었습니다. 벌금이 도입되면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냥 벌금을 냅니다. 죄책감은 사라지게 됩니다. 게다가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벌금 내면 두 시간 더 봐줄 수 있나요?" 이는 죄책감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12주가 지나고, 어린이 집은 큰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벌금을 없앴습니다. 부모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훨씬 더 늦기 시작했습니다.
왜일까요? 한번 사라진 죄책감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도 관계의 성격이 변했습니다. 어린이집과 부모들의 관계가 변한 것입니다. 이제 이 둘은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적 관계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약속시간에 늦어도 더 이상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하거나 약속 시간에 늦어도 돈을 더 내면 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벌금이 사라져도 죄책감이 다시 생기지는 않습니다.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진 부모들은 벌금이 없어졌으니 더 마음껏 늦게 옵니다. 여기서 핵심은 무엇일까요? 사회 규범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동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돈이 개입되는 순간 사회 규범이 사라집니다.
미국에 아동낙오방지법*도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정책은 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중에는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이 나아지면 선생님에게 소정의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소정의 돈은 아주 적습니다.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이 다인가요?, 저는 다음 세대를 돕는다는 이념으로 여기 있습니다. 사회에서 역할을 다하는 중일고 생각합니다. 제 가치가 고작 몇백 달러인가요? 의욕이 전혀 안 나네요."
* 미국 아동낙오방지법 = 성취도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 교사, 학생을 제재하는 미국의 교육 제도
다음 사례에선 똑같은 원칙이 아주 다르게 작용했습니다. 한 반도체 기업에서 했던 실험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실험은 컴퓨터 칩을 만드는 생산 공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이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는 컴퓨터 칩 개수를 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4일간 근무하고 4일간 휴식을 취합니다. 4일 일하고, 4일 쉬는 것입니다. 12시간씩 4일간 근무하고, 4일 동안 휴식을 취합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4일을 쉬고 근무에 복귀했을 때 조금 더 기분 좋게 일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복귀 첫날 특정 양(1300개) 이상 컴퓨터 칩을 만들면 보너스 30달러를 주고, 그 이하는 없습니다. 오로지 그 이상입니다. 근무 2일, 3일, 4일째에 목표치와 보너스는 없습니다. 오로지 4일간 휴일이 끝난 뒤 근무 1일에만 생깁니다. 이 시스템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도체 회사에 실험 하나를 제안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4가지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1번 그룹은 목표치도, 보너스도 없습니다. 4일 일하고, 4일 쉬는 것만 반복합니다.
2번 그룹은 첫날 컴퓨터칩 1300개를 만들면 30달러를 받습니다. 3일은 보너스가 없고, 다시 첫날에 보너스가 생깁니다.
3번 그룹은 피자 쿠폰입니다. 컴퓨터 칩 1300개를 만들면 피자 쿠폰을 받습니다. 3일은 아무것도 없고 첫날 다시 쿠폰이 생깁니다.
4번 그룹은 근무 첫날 칭찬을 받습니다. 컴퓨터칩 1300개를 만들면 사장님이 수고했다고 칭찬 문자를 보냅니다. 나머지 3일은 아무것도 없고 4일 쉬고 다시 칭찬 문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 질문입니다. 첫날 보상 없는 그룹, 30달러, 피자 쿠폰, 칭찬 문자 누가 생산성이 높았을까요? 보상이 없는 그룹보단 다른 세 그룹이 더 높았습니다. 보상 없는 그룹 생산성이 0일 경우, 현금은 5% 더 높았고, 피자 쿠폰과 칭찬 문자는 조금 더 높았습니다. 이는 근무 첫날 결과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회사와 함께 연구한 이유는 나머지 3일이 궁금해서였습니다. 보상받는 당일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궁금했지만, 보상이 사라졌을 때에도 진짜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과는요? 현금을 받은 사람들은 첫날 생산성이 5% 였습니다. 두 번째 날에는 아무것도 못 받는 그룹보다 생산성이 훨씬 떨어지고, 그 후 서서히 올라서 다시 따라잡았습니다. 여기서 돈은 앞서 얘기한 데이트와 타이어를 갈아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돈을 받는 순간에는 더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런데 돈이 사라지면 "내가 이 정도 가치밖에 안 돼?"하고 흥미가 사라집니다.
칭찬 그룹의 능률은 꽤 유지되었습니다. 칭찬을 받았던 기분이 계속 유지되었던 것이었습니다. 피자 쿠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과는 중간 정도 였습니다. 첫째 날 돈을 받는 그룹보단 조금 나았지만, 안 받은 그룹보단 나았으며 마지막 날에는 많이 올랐습니다. 이때 많이 오른 이유는 휴일 전날이라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기억을 한 것입니다.
동기에 의문을 가질 때 사회적 동기와 금전적 동기가 다르다는 증거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30$ 보너스를 주고 금전적 손해를 보았습니다. 돈을 받은 당시에는 약간 기분이 좋았지만, 직원과 회사에 나머지 연결성은 떨어지고 전체적인 생산성도 떨어졌습니다. 돈을 더 쓰고도 생산성이 떨어진 사례입니다. 반면 칭찬은 항상 효과가 좋았습니다. 칭찬은 한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동일한 영역에 속하게 됩니다.
다른 예도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저녁 식사 시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여러분은 40달러짜리 와인을 사려다 이렇게 말합니다. "댄,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0$ 와인을 사려고 하는데, 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레드? 화이트? 어떤 것을 더 좋아하세요? 생산지는요? 아 그냥 좋아하지 않는 와인을 사서 돈 낭비하는 대신 40달러를 드릴게요. 좋아하는 와인을 직접 사세요!", 이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제가 여러분을 다음에 또 초대할까요? 웬만하면 초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친구, 직장동료 등과 같은 사회적인 관계에 돈을 더한다는 것은 내가 이 정도를 지불했으니 당신도 똑같은 양에 무언가를 나에게 지불하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관계를 평가 절하하는 것입니다.
수업의 마지막 내용은 사회 규범과 시장 규칙에 관한 것입니다. 친구와의 밥값 문제에 대처하는 제 방법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랑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그럼 누군가는 밥 값을 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공평하게 나눠서 내자고 합니다. 똑같이 내지 말고, 각자 먹은 것만 내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둘 다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즐거워야 합니다.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닌, 식사 비용을 나누는 것은 논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 웬만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신용카드 러시안룰렛 전략을 애용합니다. 전부 신용카드를 내고, 웨이터에게 하나 선택해 달라고 한 다음 뽑힌 신용카드 주인이 식사 비용을 다 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좋은 방법이냐고요?, 400$가 나왔고, 4명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공평하게 나누어 내면 모두 100$를 냅니다. 한 사람이 전부 다 낸다면 훨씬 많이 내야 합니다. 400$입니다. 4배입니다. 그렇지만 지불의 고통도 4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불의 고통이 꼭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관계입니다. 돈을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접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대접받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회적 관계입니다. 제가 대접했고, 여러분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는 관계의 추가적 가치가 생깁니다.
따라서 밥값 낼 때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무작위로 내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일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운에 따라 누구는 더 내고, 누구는 덜 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경제적 효율성이 아닌 사회적 효율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40$를 준다면, 와인보다는 훨씬 경제적입니다. 와인은 사회적으로 효율적입니다. 호감이 올라가고, 저녁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선물을 사거나, 비용을 나누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효율적이고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사회 규범과 시장 규칙이라는 두 가지 세계가 있습니다.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사회 규범은 장점이 많습니다. 인생에 굴곡에서 우리가 살아남도록 해주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게 하고 장점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회 규범을 따를수록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사회관계로 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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