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과학이라는 마법
Q. 초자연적인 것은 왜 현실을 설명할 수 없나요?
A. 초자연적인 것은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반면 현실은 존재하는 모든 것입니다. 과거에 존재했었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현실의 기반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초자연적인 것은 현실을 벗어나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가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너무 불가능해 보여서 기적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기적이 아닙니다. 영리한 마술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기적이 틀림없다. 저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라고 믿게 만드는 속임수를 씁니다. 마술사가 솔직하다면 마법이 아니라고 말할 테지만, 영업 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마법은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물리학 법칙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Q. 신화는 왜 초자연적인 건가요?
A. 네. 신화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종족의 신화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모든 종족은 저마다 고유의 신화가 있으며, 전부 다 다릅니다. 그렇지만 모든 신화가 다 사실은 아닙니다. 세계지도를 놓고 생각해 볼까요?, 이곳에 사는 사람은 이것을 믿고, 또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것을 믿습니다. 각자 믿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다 사실일 수는 없습니다.
과학적인 설명, 즉 현실에 기반을 둔 설명만이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입니다. '태양은 무엇인가?, 별은 무엇인가?, 왜 겨울이 있고 여름이 있는가?, 왜 낮이 있고 밤이 있는가?'라고 물을 때 종족마다 이런 의문들을 설명해 주는 신화가 다 다릅니다. 만약 태양이 한국에서 볼 때와 브라질에서 볼 때가 다르다면 이는 참이 아닙니다. 진실은 보편적이어야 합니다. 과학적 진실만이 어디서나 참입니다.
저는 화물숭배* 신화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이 신화는 최근의 생겨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태평양에 여러 섬에서 각종 신화가 생겨났습니다. 섬 주민들은 '존 프롬'이라는 인물의 재림을 믿었습니다. 이는 기독교 재림의 신화와 아주 유사했습니다. 존 프롬이 실존했던 인물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프롬은 미국 군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프롬은 영어로 어디에서 왔다는 뜻의 전치사 From과 발음이 유사합니다. 어쩌면 'I'M JOHN FROM AMERICA'와 같은 문장에서 두 단어만 따서 존 프롬이라고 생각했던 것 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태평양의 많은 섬에서 존 프롬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존 프롬을 숭배하고 그의 조각상을 세우고 존 프롬이 언젠가는 많은 물건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화물신앙 = 19세기말, 남태평양 인근 섬에서 생겨난 컬트(미신)계 종교의 한 형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영국, 호주 등이 태평양 섬들을 점령했던 당시 군인들이 가져온 화물 수송기에는 자동차, 냉장고, 텔레비전처럼 섬 주민들이 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언젠가 존 프롬이 엄청난 화물들과 함께 재림할 것이라는 화물 숭배 신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최근의 일입니다. 이처럼 존 프롬의 신화를 보면 신화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화, 이슬람 신화, 다른 모든 신화들도 이와 비슷하게 시작했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각 시대 상황에 따라 퍼져나간 이야기가 바로 신화입니다.
Q. 과학은 현실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A.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 밖에 없습니다. 과학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과학자들은 대상을 관찰합니다. 감각기관을 사용하거나 망원경, 현미경 같은 도구 등을 사용해서 대상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이런 도구들은 우리의 감각을 향상해 줍니다. 관찰을 통해 우리는 아이디어를 검증합니다. 아이디어는 우리의 영감에서 나옵니다. 이는 관찰과는 다르며, 우리의 머릿속에서 나옵니다.
과학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고, 예측을 도출합니다. 이때 수식의 모형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예측을 검증합니다. 실험은 아주 중요합니다.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조작하고 바꾸기도 합니다. 과학적 방법으로 현실을 설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설명하는방법은 과학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전 강의에서 얘기했듯이 우리가 박테리아로부터 진화했다는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는 수십억 년 동안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학도 아직도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물리학 법칙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물리학의 근본적인 상수들이 왜 이러한 값을 가지는지 모릅니다. 이 상수들의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근원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다윈이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박테리아가 어떻게 우리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모든 동, 식물의 대한 문제를 다윈이 해결했습니다. 그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용기를요. 다윈은 그런 용기가 있었고, 우리로 하여금 아직 과학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용기를 줍니다.
Q. 과학에서 용기를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과학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를 통해 현실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지켜줍니다. 우리는 의학의 발전 덕분에 삶을 유지합니다. 오늘날 수술, 항생제, 백신은 우리의 일상에 아주 중요한 것들입니다. 과학, 즉 과학 기술을 통해 우리는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날아갈 수 있으며, 달에도 갈 수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화성에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이 어째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오늘날에는 특히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팬데믹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 과학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는 제대로 된 격리 절차를 만드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아주 인상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이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개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백신이 개발된 것은 아주 이례적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증거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개발된 일부 백신 즉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백신은 어떤 면에서 특별합니다. 소위 mRAN 백신입니다. 이 백신들은 이후에 생겨날 어떤 새로운 바이러스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백신을 통해 염기 서열을 즉시 판독할 수 있습니다. 즉 바이러스의 DNA나 RNA의 염기 서열만 알아내면 새로운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을 즉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염기 서열을 넣기만 하면 새로운 백신이 툭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영향은 우리가 바이러스의 대한 새로운 백신을 얻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얻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는 암 같은 질병의 치료제도 해당합니다.
그런데 과학이 실생활의 주는 효용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이 주는 영감입니다. 우리는 21세기를 살면서 '자신이 어디서 왔고, 우주는 무엇이며 얼마나 크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이런 것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시적 영감과 같습니다. 과학은 무미건조하고 시적 감수성이 없다는 불평이 많습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고 틀린 말입니다. 저는 저의 책에서 이러한 부분을 모두 얘기했습니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는 "아이작 뉴턴이 무지개를 설명하는 바람에 시적 아름다움이 파괴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키츠 말이 틀렸다는 것과 무지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제대로 이해할 때 더 아름답다고 설명했습니다. 뉴턴은 자신이 만든 무지개에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스펙트럼을 통해 전체가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성분은 고유의 스펙트럼 신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무지개입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해하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며, 덜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은 많은 방식으로 삶을 더 낫게 만듭니다. 백신이나 항생제, 마취제 등을 개발하는 것과 말입니다. 한편으로 과학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각을 길러줍니다. 이는 시적인 시각입니다.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과학자가 되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을 좋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학으로 인해 우리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음악을 좋아할 수 있는 같은 방식입니다. 우리는 음악을 즐깁니다. 음악은 우리를 감동시키며, 가끔은 눈물도 나게 합니다. 그런 시적인 면에서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우리가 연구실에서 과학을 행하지는 않더라도, 과학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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