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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와인버그 - 암, 3강 암은 어떻게 증식하는가?

셩잇님 2023. 6. 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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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암은 어떻게 증식하는가?

 

 우린 돌연변이 유전자가 세포를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증식시키는지 얘기했지만, 그 세포가 어떻게 비정상적인 증식을 결정하는지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암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종류의 암세포들은 외부로부터 세포를 증식하라는 신호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런 신호가 전달된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암세포는 부적절하게 비정상적으로 증식합니다. 이 비정상적인 증식이 암이 시작되는 원인입니다. 암이 점점 더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상세포는 외부에서 받은 신호를 어떻게 처리하고 세포는 증식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까요? 그리고 그 결정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세포는 어떻게 증식 여부를 결정하는가?]

 어떻게 세포가 신호를 받아서 처리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 그림을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세포 외부에 있는 수용체는 다른 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아 활성화되고, 그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시킵니다. 이 과정을 신호 전달 경로*라고 합니다. 신호 전달 경보는 수용체가 받은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입니다. 신호를 증폭 혹은 감소시키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세포 증식 여부를 결정하는 세포핵으로 정보를 보냅니다.

* 신호 전달 경로 = 수용체가 받은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 증식 여부를 결정하는 세포핵으로 정보 전달

 

 

 여기 보시면 이 과정을 단순화한 도표가 있습니다. 이 도표 상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것이 바로 수용체입니다. 이 수용체는 단백질 A로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는 단백질 B, C, D, E를 거쳐 세포핵으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세포핵은 받은 신호를 토대로 세포의 증식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빨간색 단백질인 B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용체는 정상 세포에게 증식하라고 명령 신호를 보냅니다. 이 빨간 단백질은 활성화된 수용체로부터 신호를 받습니다. 이 빨간색 단백질은 특히 흥미로운데 마치 방안의 불을 켜는 스위치처럼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단백질 B라고 하는 이 빨간색 단백질에는 2가지 모드가 있습니다. 켜짐과 꺼짐입니다.

 

 이 단백질은 켜졌다 꺼졌다 할 수 있습니다. 켜졌을 때에는 세포 내부로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흥미롭게도 이 스위치는 스스로 전원을 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평상시에는 꺼진 상태입니다. 꺼져있다가 가끔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를 받을 경우 스위치가 켜집니다. 꺼짐 상태에서 켜짐 상태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스위치가 켜지면 이 특별한 단백질은 세포 내부 깊숙한 곳까지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 이 단백질도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스위치가 고장나고 망가져서 꺼지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상적인 스위치처럼 저절로 꺼지지 않고 훨씬 더 오래 켜진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현상입니다. 원래 스위치는 꽤 빠른 시간 안에 스스로 꺼지게 되었지만, 이런 경우에는 훨씬 더 오랫동안 켜져 있게 됩니다. 원래 상태에선 10초 동안만 켜져있어야 하는데에 10분, 20분, 50분 동안 켜져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스위치가 스스로 꺼질 수 없기 때문에 세포에는 켜짐 신호가 쇄도하게 됩니다.

 

  때문에 세포의 증식 촉진 신호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스위치가 스스로 작동을 멈추지 않아 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는 세포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단백질 구조의 변화가 어떻게 그 기능까지 변화시키는지 제가 설명했었습니다. 사실 이 스위치에도 돌연변이와 단백질 변화가 존재합니다. 즉 돌연변이로 인해 이 단백질 스위치가 스스로 꺼질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세포의 증식 촉진 신호가 가득 차는 상황을 만듭니다. 다시 말하면 세포는 몇 초 단위가 아니라 몇 분, 몇 시간, 몇 일씩 신호를 받게 됩니다. 확실히 이런 상황은 세포의 행동을 망가트립니다.

 


 

 인간 게놈의 유전자 2만 개 중에서 약 50개 정도가 암 발생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 유전자들은 단백질을 만들고 이 단백질은 종양 세포의 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절 인자입니다. 이런 유전자 중 대다수를 온코진(Oncogene), '종양유전자'라고 합니다. 종양유전자는 끊임없이 증신 촉진 신호를 내보내는 단백질을 만듭니다. 이런 종양유전자의 예로 RAS 종양유전자*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단백질이 증식 촉진 신호를 조금만 내보내야 할 때 오히려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내게 합니다. 

 * RAS 종양유전자 =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증식 촉진 신호를 내보내도록 만드는 종양유전자

 

 이런 종양 유전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있습니다. 종양억제유전자라고 부릅니다. 종양억제유전자들은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데에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증식을 멈추도록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유전자는 차의 브레이크와 같은 것입니다. 이 유전자들은 증식이 부적절할 때 증식을 멈춰야 한다고 세포에게 말해줍니다.

 

 사실 거의 모든 암은 이 두 종류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양유전자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유전자로 마치 가속 페달이 눌린 채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페달과도 같습니다. 반대로 종양억제유전자는 종양에서 비활성화됩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결국 과도하게 활성화된 종양유전자와 비 활성화된 종양억제유전자의 공모로 암이 생깁니다. 이 두 종류 유전자의 영향으로 암세포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무한 증식하게 됩니다.

 


 

 사실 제가 여러분께 보여드린 것보다 세포들의 신호 전달 체계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단순히 단백질 A가 B, C, D, E, F에게 일렬로 신호를 전달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입니다. 너무 복잡해서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세포 안에서 신호를 처리하는 이 회로는 무려 15억 년 동안 진화해 왔습니다. 

 

 

 결국 세포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를 거쳐오면서 언제 증식을 하면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 능력은 여러 가지 신호를 처리하면서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 이 글자들은 각각의 단백질을 나타내고 이 단백질은 마치 전기회로의 부품처럼 작동합니다. 들어온 신호를 증폭하거나 줄이거나 차단합니다. 이제 세포 내부에 있는 신호 처리 장치가 얼마나 복잡할지 상상이 될 것입니다.

 


 

[암과 신호 처리 회로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것은 우리 몸에서 암이 형성되는데 흥미롭고도 중요한 점을 시사합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우린 평생 수많은 세포 분열을 겪습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1경 번 세포 분열을 겪습니다. 따라서 유전적인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돌연변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포는 돌연변이에 저항하도록 암세포로 쉽게 변하지 못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인간의 세포는 최소 5개의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겨야 암세포처럼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이 5가지 유전자는 세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5가지 회로를 대표합니다. 5가지 중요 회로가 망가져야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세포는 암에 저항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입니다. 만약 단 하나의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암이 생긴다면 우린 생후 6개월 만에 암으로 뒤덮이게 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보이는 매우 중복적이고 복잡한 장치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것, 즉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합니다.

 

 

 이 그림은 신호 회로가 세포 안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이것을 보여드리는 이유는 우리 몸이 암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신호 처리 회로의 각 분야들이 손상되거나 끊기게 되면 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종양을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이런 종양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포는 암의 위협에 저항하도록 만들어진 셈입니다. 다중 통제장치를 두어 암세포가 되는 것을 막고 다시 유전자 돌연변이가 진행되어야만 암세포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즉 복잡한 방지책을 세워 세포가 암의 위협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이런 복잡성은 또 다른 현상으로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암이 생기고 진행되는 과정과 관련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연속적인 변화 하나하나가 세포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변화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암의 발전 과정에서 생기는 이런 다양한 변화들은 사실 암이 생기고 있는 세포들의 또 다른 유전자 변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종양이 형성되는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조직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종양이 아주 비 정상적으로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암은 형성단계마다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정상, 과형성 용종, 선종, 암종, 침투&전이 단계마다 비 정상의 정도가 증가합니다. 이 세포들이 완전히 정상인 상태에서 심각한 수준의 비정상상태로 진행되려면 일련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필요합니다. 제가 이전의 말씀드린 것처럼 세포가 암세포처럼 증식하려면 여러 유전자에서 변이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그 유전자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암이 진행될 때 이 유전자들의 변이는 아주 중요합니다. 암이 진행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 대장암의 경우에는 30년에서 60년 정도가 걸립니다. 우리 대부분은 60세에서 70세가 될 때쯤 이미 초기 단계에 대장암을 겪게 됩니다. 운이 좋다면 대장암이 생명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의 노화를 겪으면서 초기단계에 암을 경험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단계를 거쳐 심각한 종양이 형성되는 일은 아주 드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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