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를 어기고 물욕에 빠져들지 말라

셩잇님 2020. 6. 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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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지혜를 지닌 사람은 언제나 여유가 있지만 작은 지혜를 지닌 사람은 언제나 급급하여 남의 눈치나 살핀다. 훌륭한 말은 담담하고 너절한 말은 쓸데없이 수다스럽다. 잠을 자거나 깨어 있을 때도 다르다. 보통사람은 잠자면서도 정신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으며, 깨어 있을 때도 무엇인가에 물들어 있다. 그렇게 환경에 얽히어 있고 날마다 그 환경 사이에 갈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이는 폭넓게 열려 있고, 어떤 이는 깊숙이 잠겨 있으며, 어떤 이는 조용하면서도 세밀하다. 이렇게 서로 사귀는 일과 그 인격은 다른 것이다.

공포에 대한 반응 또한 마찬가지다. 작은 일에 놀란 사람은 조마조마해 하는데 비해 큰일에 놀란 사람은 오히려 느긋하기까지 하다. 범인들은 시빗거리를 마치 화살을 쏘듯이 내뱉고, 승리에 도취되어 자만하는 모습은 마치 신 앞에 맹세하듯이 집요하다. 시비하는 집념에 본래의 천성을 날마다 말살당하는 것은, 마치 무성했던 초목들이 가을과 겨울에 쇠락되어 가는 것과 같고, 깊은 물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처럼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한다.

천리를 어기고 물욕에 빠져 결국은 우리 속에 갇히듯이 캄캄해지는 것은 늙어감에 따라 말라비틀어지는 것이니, 이래서 죽음에 가까워지면 이미 다시 생기를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장자,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장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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